"위험한 걸 잘 알면서도 응원하러 와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 그 마음에 보답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FC서울의 '캡틴' 하대성(28)이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은 9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2차전서도 1-1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은 이날 경기 결과로 합계 3-3을 만들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경기였다. 서울은 홈 6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광저우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며 우승에 다가서는 듯 했지만 1-1 무승부에 그치며 원정 다득점 원칙에 발목을 잡혔다. 최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광저우의 우승 세리머니를 뒤로 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단과 최 감독의 눈시울은 붉었다.

주장 하대성의 아쉬움은 그 누구보다 컸다. 그는 "팬들의 극성도 있었지만 광저우가 매너 있게 대우를 잘 해줘서 훈련을 잘하며 경기를 잘 준비했다. 전반에 골을 주지 않는게 목표였고,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후반 이른 시간 실점을 하면서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실점으로 인해 분위기가 떨어진 것을 만회하지 못했다"며 경기를 복기했다.
"무엇보다 원정이라고는 해도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한숨을 내쉰 하대성은 믹스트존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경기장을 붉은 물결로 가득 채운 광저우 팬들 사이에서 외롭게 응원을 펼친 450여 명의 원정 응원단과 현지 교민 및 유학생들 500여 명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홈에서 강한 '안방불패'를 믿는 광저우 팬들은 승리를 외치며 톈허스타디움으로 몰려들었다. 6만 장의 결승전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을 정도로 뜨거운 광저우 팬들의 열기는 경기 시작 세시간 전부터 톈허스타디움을 둘러쌌다. 서울은 일방적으로 광저우를 응원하는 6만 여명의 광저우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러야했다. 하지만 그런 서울을 응원하기 위해 '열 두번째 선수'들이 한국에서 날아왔다.
선수단에도 아무렇지 않게 위협을 가하는 광저우 팬들이기에, 서울이 우승했을 경우 원정 응원단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원정길이었다. 실제로 경기 내내 서울 팬들을 향한 야유와 위협이 이어졌다. 응원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높일라치면 광저우 팬들이 '인해전술'로 서울 팬의 목소리를 덮었다.
광저우 팬들의 극성을 직접 겪어본 하대성은 그래서 더 팬들에게 미안해했다. 하대성은 "위험한 걸 잘 알면서도 응원하러 와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 경기장에서 열띤 응원으로 보내주셨는데, 그 마음에 보답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진심이 담긴 사과의 말을 전했다. "팬들이 없다면 자신들도 없다, 팬이 있기에 우리가 있다. 팬은 우리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팬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믿음을 보여온 서울의 주장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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