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게 ‘먹방’이라지만 이웃들의 정이 모여 완성된 ‘인간의 조건’ 표 ‘먹방’은 특별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도 서로의 존재를 잘 모른 채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은 금방 멤버들에게 마음 문을 열어 보이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줬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는 ‘이웃의 도움으로 살기’ 미션을 받고 이웃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애쓰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준호, 박성호, 정태호, 양상국, 허경환 등의 멤버들은 ‘인간의 조건’의 숙소인 연남동 사람들에게 갑작스럽게 뭔가를 요구해 매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당황했다. 그간 촬영을 하느라 어쩔 수 없이 마을에 소음을 만들어 온 멤버들은 갑작스럽게 이웃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멤버들은 곧 연남동 주민들의 따뜻한 베풂에 용기를 얻어 곧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집집마다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
김준호는 바로 앞집에 있는 흥민이네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흥민이 어머니는 이번 미션의 취지를 듣더니 흔쾌히 김준호를 집으로 초대했고, 김준호는 곧 아침을 먹던 대학생 흥민 군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흥민 군의 어머니는 김치를 싸주기까지 했다.
이어 김준호, 박성호, 정태호, 양상국 네 사람은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얻어먹기로 하고 아이들을 위해 구연동화를 준비했다. 개그맨들 특유의 익살스러운 구연동화에 어린이집 아이들은 웃음보를 터뜨렸고, 마지막으로 크레용팝의 ‘빠빠빠’ 춤을 추며 즐거운 만남이 마무리됐다.

쑥스러움을 많이 탔던 양상국은 자칫 음식을 얻기 위한 것이라 생각될까 부담스러워 하며 좀처럼 이웃들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직접 쓴 편지를 이웃들의 우편함에 넣었고, 우연히 만난 이웃집 부부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다. 양상국을 집에 초대한 이웃집 부부는 반찬이 필요하다는 말에 집에 있던 달걀과 참치캔, 김 등을 아낌없이 줬다. 이후 양상국은 "너무 좋다. 용기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을 향한 이웃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빵이나 반찬 등을 전달했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 역시 이에 보답하기 위해 설거지를 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으로 정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멤버들은 연남동 주민들을 위해 '이웃사촌 파티'를 열기로 하고 이웃들을 초대했다.
이웃 사촌들과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인간의 조건' 멤버들이 연예인이라 사람들이 조금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먼저 인사를 하고 살갑게 구는 사람들을 밀어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인간의 조건' 멤버들의 경우 촬영 때마다 자신들이 만드는 소음이 혹 이웃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아닐까 미안해 했지만, 그런 자신들에게 "소음을 더 크게 만들어도 된다", "우리 동네에서 촬영을 하는 게 자랑이다"라며 흔쾌히 두 팔을 벌려주는 이웃들의 정에 고마움과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끝없이 반복되는 이날의 '먹방'은 훈훈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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