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로 에메랄드는 왜 프라이머리에게 소송을 안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1.10 15: 14

곡이 유사하다고 하면서, 왜 소송은 안할까.
프라이머리의 곡에 대해 "우리 곡과 유사성이 있다"며 국내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네델란드 가수 카로 에메랄드 측이 "법적 소송은 하지 않겠다"고 한 걸음 물러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절이 의심된다면 프라이머리에 대해 소송을 걸든, 합의를 통해 저작권료를 챙기든 어떤 액션이 뒤따라야 하지만 에메랄드 측은 유사성을 선전만 했을 뿐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알게 돼 기쁘다"는 다소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에메랄드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슈울러스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표절 의혹 사태는 법적 판결 없이 '의혹 낙인'으로만 끝날 전망. 레퍼런스였을 뿐 표절은 아니라는 프라이머리 측으로서는 의혹만 잔뜩 받은 채 '누명'을 벗을 기회는 사라졌다.
그동안 표절시비는 자주 있었지만 소송으로 번지지 않았던 주된 이유는 소송에 들이는 노력 대비 얻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 국내 가요시장이 워낙 작은데다, 컨택도 쉽지 않아 해외 스타의 경우 크게 신경쓸 사안이 아니었던 것. K-POP 가수를 따라하는 해외 작은 나라에 대해 우리 가수 측이 굳이 소송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제가 달라졌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 음원차트 1~2위권 노래는 음원 수익이 수억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발전한데다 K-POP의 위상이 많이 높아져 '무시할만한' 시장은 아니다.
또 소송이 번거롭다면 프라이머리 측에 '조용히' 접촉해 합의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이는 주로 해외가수 퍼블리싱을 맡는 곳에서 담당하는데, 실제로 그동안의 많은 표절 의혹곡들이 '몰래' 저작권을 넘겨주고 무마됐다. 이렇게 되면 곡의 저작권 뿐만 아니라 가사에 대한 부분까지 다 넘어가기 때문에 결코 적지 않은 돈이 되는 것.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이라, 의혹 때문에 골치가 아픈 국내 가수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에메랄드 측은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자신들의 판단을 유보했다. 이는 당사자 역시 표절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 레퍼런스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모든 곡들이 서로 연결돼 있어 명확히 '저작권'을 따지기 쉽지 않은 장르이기도 하다. 거머리의 '아갓씨'와 유사하다고 지적받는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 또한 지 스윙의 '디가 디가 두(Diga Diga Doo)' 등 스윙 재즈 장르의 곡들과 같은 선상에 있지 않느냐는 풀이도 있다. 악기 편성 등의 문제는 명백한 표절이라는 입장과 일종의 공식(클리셰)가 아니냐는 입장이 나뉜다.
프라이머리 건의 결론 역시 낙인만 남긴 채 흐지부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요계서는 이같은 '묻지마' 표절 논란도 문제는 있다는 시선이 대두되고 있다. 원작자가 표절을 확신하고 법적 움직임을 시작한다면 명확한 표절 시비겠지만, 제 3자가 비슷한 부분을 초 단위로 잘라내 게임을 하듯 표적수사로 몰아가는 것은 창작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것.
올 한해 가요계를 강타했던 로이킴, 아이유에 이어 프라이머리까지 거대한 표절 의혹 스캔들이 불거졌지만 모두 상처만 남긴 채 뚜렷한 결론은 없는 상태다. 로이킴과 표절 시비가 붙은 어쿠스틱 레인도 로이킴의 유명세로 덩달아 유명해지고 알듯 말듯한 말만 남긴 채 표절이라고 확정하진 않았다. 어쿠스틱 레인의 곡 역시 캐논 변주곡 코드를 쓴 건 로이킴과 마찬가지였다. 에메랄드 측 역시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시비는 직접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
표절 의혹은 많지만 거대 스캔들로 발전하는 케이스는 '벼락 스타'에게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장범준을 (겸손하지 않은 태도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프라이머리가 '무한도전'에 출연해 인지도가 급상승하지 않았다면 표절 시비가 이같은 광풍으로 이어졌겠냐는 것. 이후 온라인 상의 표절 시비가 하나의 게임,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표절 의혹을 크게 겪은 바 있는 한 가요관계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머니 코드는 한정돼 있다보니 비슷한 곡이 나올 수는 있다. 레퍼런스를 하다보면 수위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인 도둑질은 법적 책임을 묻게 되는 큰 범죄인데, 창작자 간에 보다 더 공식적인 움직임이 있기도 전에 표절 의혹, 나아가 표절 딱지를 붙이고 낙인부터 찍는 건 미운 털에 따른 마녀사냥에 더 가깝지 않겠나"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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