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세결여’ 엄지원, 이런 친구 있으면 참 좋겠다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11.11 07: 23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아도 결국은 내 편을 들어줄 믿음직한 친구가 있다면 바로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 속 엄지원 같은 모습일 것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하루아침에 파혼을 선언한 철부지 안광모(조한선 분)과 하루 아침에 파혼을 당한 박주하(서영희 분) 사이에서 분투하는 오현수(엄지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수는 집에서 쫓겨나 목발을 짚고 나타난 주하의 수발을 들면서 유난스럽지 않게 그를 보살폈다.
주하의 정신 상태는 매우 복잡했다. 그는 “내가 미쳤나보다”라며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우리 작은 아버지가 육군 소령이다. 내가 작은 아버지 총 훔쳐다가 이 자식 빵 쏠거다”라며 막말을 했다. 이어 “아빠는 집안 시끄러우니까 며칠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엄마는 나 낳고 먹었던 미역국을 다 토해내고 싶다더라”며 가족들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현수는 울고 웃으며 쏟아내는 주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줬다. “작은 아버지 총 훔칠 때 하나 더 가져와. 나도 같이 쏴줄게”라고 동조했고, 엄마에게 부탁해 주하를 위한 밥, 반찬을 챙겨오는 등 살뜰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현수가 다정다감한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톡 쏘아붙이고 차가운 말투는 신경질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는 “왜 결혼을 말리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주하에게 “상견례 펑크, 약혼식 파토 너 모르는 거 있었냐. 맛이 가 흥분해서 달린 건 너다. 설마 결혼식장에서 뒤집어질 줄 누가 알았냐”고 따져 물었다. “솔직히 내 불행 아니라 내가 네가 될 수는 없다”며 일부러 가식적인 감정을 연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하, 광모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자기의 집을 내어놓고 울먹이는 주하를 달래 씻기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가 부모가 만나 시끄러운 고성이 오갔지만 현수는 조용히 예복을 포장해들고 나왔다. 철부지 광모가 자기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라고 칭얼대자 “가라”며 카리스마 있는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또, 원망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주하의 푸념을 못 들은 척하며 은근히 넘겼다. 
특별한 건 없지만 광모나 주하나 무슨 일이 있으면 현수를 찾았다. 광모는 뭔가에 홀린듯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현수의 집에 자리를 잡았다. 제집처럼 샤워를 하고 먹을거리를 찾고 심지어 돈 1000만원을 빌려줄 수 있냐며 흥정까지 벌이며 못난이짓을 했다.
현수에게 의지하는 생명은 광모 뿐이 아니었다. 현수가 광모에 대한 화를 삭이고 있을 때쯤 붕대를 감고 주하가 나타났다. 도망치는 광모를 붙잡으려다 부상을 당한 주하는 이미 반쯤 울먹이는 상태로 현수의 집에 들어섰다. 그는 친인척을 동원해 광모를 총살할 것이라는 섬뜩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늘어놓으며 허탈한 감정을 표현했다.
엄지원이 그리는 현수는 매우 매력적이다. 우정이 가볍지 않고, 인심이 쓸데없지 않다. 오지랖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의리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크한 말투나, 자유분방한 옷차림도 현수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
극 설정 상 현수는 광모에게 알수없는 끌림을 느끼고 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절친한 친구에게 보낼뻔한 상처를 가진 인물인 셈. 당당하게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만 하는 남모를 슬픔을 가지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앞으로 조금씩 표면화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현수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를 통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부모세대와는 또 다른 결혼관과 달라진 결혼의 의미,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겨 보는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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