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같이 가게 된다면 좋겠죠. 유벤투스요?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요."
김영권(23, 광저우)은 그렇게 말하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지난 9일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 2차전 FC서울과 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2-2 무승부에 이어 2차전서도 1-1 무승부를 기록한 광저우는 합계 3-3을 기록하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영권은 주전 센터백으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데얀에게 골을 내주긴 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며 서울의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다. 특히 중요한 순간 정확한 태클과 수를 내다보는 판단력으로 광저우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광저우의 첫 ACL 우승을 함께한 김영권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리피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영권은 "리피 감독님이 나를 잘 믿어주신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다"며 "코칭 스태프는 물론 감독님이 제일 먼저 선수들을 생각해주신다. 숙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면에서 선수들이 덜 피곤하고, 또 최상의 상태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단에 직접 이야기해주신다"고 설명했다.
광저우에서 김영권은 외국인 선수다. 환경부터 언어까지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영권을 광저우로 데려온 리피 감독은 변함없는 신뢰로 그를 지탱했다. 김영권도 자신을 향한 리피 감독의 신뢰가 자신을 성장시킨 밑거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팀 내에서도 주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했지만, 리피 감독의 신뢰가 큰 힘이 됐다는 것.
김영권은 "가장 힘이 되어주신 분이 바로 리피 감독님이다. 나를 믿고 계속 써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독님들마다 좋아하는 선수 스타일이 있는데, 리피 감독님 스타일은 나인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김영권은 '리피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리피 감독은 공개적으로 "김영권은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데다 겨우 23세다. 유럽에서도 통할 선수"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탈리아로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영권에게 그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함께 아시아 제패를 이뤄낸 리피 감독이 유럽에 돌아갈 때 함께 데려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행선지가 유벤투스가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영권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며 활짝 웃었다. '리피 스타일' 김영권의 성공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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