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단장들의 윈터미팅이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시작되는 가운데 추신수(31)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SPN 제리 크라스닉 기자는 10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 “보라스가 추신수에 대해 제이슨 워스가 맺었던 1억26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보라스는 지난 10월에도 워스의 계약을 거론하며 추신수도 워스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었다. 워스는 2010시즌을 마치고 워싱턴과 7년 1억2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는데 워스의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다.
단순히 에이전트가 같은 것 외에도 당시의 워스는 지금의 추신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나이가 같다. 워스가 워싱턴과 FA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나이도 31세였다. 포지션 또한 우익수로 추신수의 주포지션과 동일하다. 성적도 비슷한데 워스가 FA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인 2010시즌 필라델피아에서 조정 OPS 144, 추신수는 올 시즌 조정 OPS 143을 찍었다. 타율과 홈런에서 워스가 2할9푼6리 홈런 27개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출루율과 도루에선 추신수가 4할2푼3리 20도루로 한 수 위다.

누적 기록으로 봤을 때는 추신수가 절대적 우위다.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6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추신수가 타율 2할9푼 출루율 3할9푼2리 장타율 .469 조정 OPS 137을 기록한 반면, 워스는 타율 2할7푼4리 출루율 3할7푼3리 장타율 .485 조정 OPS 124를 올렸다. 홈런에서 워스가 102개로 추신수의 101개보다 1개 앞섰을 뿐 장타력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선 모두 추신수가 워스보다 낫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 상황이다. 2010시즌 후 스토브리그 또한 올 겨울과 마찬가지로 특급 외야수 2명이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현재 추신수와 제이코비 엘스버리처럼, 당시에는 워스와 칼 크로포드가 FA 자격을 얻고 지금처럼 매일 언론에 이름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둘 다 예상금액 이상의 거대 계약을 체결했는데, 크로포드는 워스보다 많은 7년 1억4200만 달러에 보스턴과 사인했다.
추신수와 워스가 비슷하듯, 엘스버리와 크로포드도 스타일이 유사하다. 둘 다 좌투좌타 리드오프로 빠른 발을 내세운 도루 능력이 발군이다. 엘스버리가 최근 6시즌 동안 도루 232개를 기록했고, 크로포드도 FA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05시즌부터 2010시즌 동안 도루 286개를 달성했다. 엘스버리의 한 시즌 최다 도루는 2009시즌의 70개, 크로포드 또한 2009시즌 60개로 서로 쉬지 않고 베이스를 훔쳤다. 엘스버리는 2013시즌 또한 도루 52개로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워스와 크로포드의 FA 계약 이후 모습이 추신수와 엘스버리에게도 반복되느냐는 것이다. 스피드보단 타격을 앞세우는 워스는 계약 첫 해에만 부진했을 뿐 2012시즌과 2013시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 반면, 크로포드는 부상과 함께 FA 계약 이전의 스피드를 잃어버렸다. 워스는 2013시즌도 홈런 25개 82타점 조정 OPS 154를 올렸지만, 크로포드는 2013시즌 도루 15개 성공 조정 OPS 108에 그쳤다. 거대계약을 맺은 3년 동안 총 도루수도 38개에 불과할 정도로 자신의 최대 장점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
보라스는 엘스버리도 자신의 고객이기 때문에 나이가 먹으면서 도루가 줄어드는 일반론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러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저명 기자 톰 버두치는 메이저리그 공식 방송에 출현해 “분명 도루는 나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엘스버리가 중견수를 볼 수 있고 수비에서 추신수보다 위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FA 계약 후의 활약상은 추신수가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FA 시장 상황은 좋아 보인다. 그야말로 보라스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3년 전 워스와 크로포드가 사인하기 전까지 이들이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할 거라고 예상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중계권료 증가 등의 이유로 당시보다 재정이 안정적인 팀들이 많다. 보라스가 추신수를 놓고 1억2600만 달러가 시작점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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