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 아가메즈, 현대캐피탈 선택 증명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1 06: 59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공격만큼은 세계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반신반의였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그런 칭찬이 실체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새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28, 콜롬비아)의 이야기다.
최근 들어 ‘명가’라는 자부심과 걸맞지 않은 성적을 낸 현대캐피탈이었다. 라이벌 삼성화재의 6년 연속 V-리그 우승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에도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았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런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을 앞두고 두 가지 통 큰 결단을 내렸다. 현대캐피탈의 영광을 이끈 김호철 감독을 다시 데려왔다. 그리고 김 감독의 구상에 날개를 달아줄 아가메즈라는 거물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아가메즈를 보는 시각은 기대 속에서도 조금의 의구심이 섞여 있었다. 이미 유럽 최고 무대에서 거둔 기록이 증명한 공격력은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한국배구의 특성에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우다. 한국의 현실상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힘과 높이는 명성 그대로다. 여기에 높은 점유율이라는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고 있다.

1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는 상징적이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아가메즈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아가메즈는 이날 홀로 46점을 쏟아 부었다. 공격 점유율이 58.88%까지 치솟는 와중에서도 63.49%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상대도 인정했다.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는 경기 후 “정말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고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아가메즈는 높이와 파워가 있기 때문에 반은 포기를 하고 반만 잡기로 했었다”며 고충을 시사했다.
힘, 높이, 그리고 기술이 조화된 공격은 가공할 만했다. 토스가 좋을 때는 과감하게 직선으로 때려 넣었다. 정점에서 찍는 아가메즈의 공격에 블로킹벽은 허물어졌다. 그렇지 않을 때는 대각과 반크로스 공격으로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엔드라인을 보고 때리는 아가메즈의 넓은 시야와 힘에 대한항공의 수비수들이 무너졌다. 블로커들의 손에 맞아도 튕기기 일쑤였다.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도 않았다. 팀이 이겼다면 ‘원맨쇼’로 극찬받았을 경기였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반대편에서 힘을 보태야 할 토종 에이스 문성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당분간은 복귀가 어렵다. KOVO컵에서 인상적인 기량을 보여준 송준호가 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아가메즈에 대한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가메즈는 굴하지 않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아직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공격 성공률은 59.60%로 리그 1위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현대캐피탈이 뽑아든 회심의 카드가 성공적인 예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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