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화려함 이상의 가치 쫓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1 06: 59

삼성화재 이적 이후 좀처럼 비상하지 못했던 박철우(28)의 시즌 초반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코트에서의 모습이 달라졌다. 눈빛, 행동, 그리고 심장 모두가 한 단계 성숙해졌다. 7연패를 노리는 삼성화재의 좋은 징조다.
박철우는 올 시즌 첫 3경기에서 59.15%의 높은 공격 성공률(리그 2위)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평균 17.7점으로 주전 공격수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 박철우의 공격 성공률은 51.96%, 경기당 평균 득점은 13.9점이었다. 수치만 봐도 나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리듬도 한결 경쾌해졌다는 평가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몰빵배구'라는 오명도 썼던 삼성화재다. 그런 측면에서 박철우의 시즌 초반 활약은 분명 의미가 있다.
사실 박철우에게 삼성화재에서의 지난 3년은 개인적으로 썩 좋은 기억이 없다. 위안이라면 팀 우승이었다. 현대캐피탈 시절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쳤지만 삼성화재의 배구에 녹아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공격 성공 횟수는 점점 떨어졌고 그와 함께 자신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신치용 감독으로부터도 좋은 소리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체력이 약하다”, “근성이 없다”,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아직 멀었다”는 박철우에 대한 신 감독의 단골 멘트였다.

그랬던 박철우가 변하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몫을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박철우지만 올 시즌은 그런 모습이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자신감이 붙었다. 더 긍정적인 것은 투지 넘치는 모습이다. 주저앉아 벤치와 동료의 눈치를 살폈던 박철우가 이제는 분위기를 이끄는 코트 안의 리더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런 몫을 했던 여오현의 이적, 그리고 고희진의 영향력 약화를 생각하면 간과할 수 없는 변화다.
박철우 스스로도 그런 변화를 중요시한다. 박철우는 10일 러시앤캐시전 승리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레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득점보다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겠다. (고)희진이형이 하던 몫을 이어 받아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기복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무장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측면, 득점에 대한 욕심보다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박철우의 입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뛰어 들었던 박철우였다. 항상 ‘후배’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삼성화재에서 박철우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고희진 이선규 김정훈 이강주 정도다. 자의든 타의든 전면에 나설 '군번'이 됐다. 이런 박철우의 변화를 눈여겨본 까닭일까. 신치용 감독도 경기 후 더 이상 박철우의 근성이나 체력을 논하지 않았다. 주연보다는 소금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 신 감독이 그토록 원했던 그 모습이 삼성화재 4년차를 맞아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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