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많은’ 한화, FA 얼마나 잡을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11.11 13: 30

총알은 많다. 좌완 에이스가 태평양을 건너가며 포스팅 금액으로 선물한 돈이 있기 때문에 구단 자금력은 괜찮다. 그런데 1년 전에도 돈은 확보되었으나 선수를 못 잡았다. 2013년 사상 최초 페넌트레이스 9위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 자신들이 노리는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입주할 만한 좋은 둥지를 갖췄는지 여부를 제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전적 42승1무85패로 신생팀 NC를 제치고 사상 초유 페넌트레이스 9위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서는 경기력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가능성을 비췄으나 전반기가 너무 어두웠다. 전반기 한화는 22승1무51패로 간신히 승률 3할에 턱걸이(3할1리)하는 등 암흑기를 보냈다.
가장 믿음직한 에이스이자 연패 스토퍼였던 류현진(LA 다저스)과 꼭 1년 전 작별했던 한화. 전력 약화 요인은 컸으나 대신 한화는 류현진을 떠나보내면서 2573만7737달러33센트. 당시 우리 돈으로 약 279억8978만원의 거액을 수령하게 되었다. 구장 리모델링 외에도 이 돈으로 FA 선수를 잡을 수 있었으나 빈손으로 FA 시장에서 철수했던 한화다.

1년 전 한화가 노렸던 선수들은 롯데 김주찬(현 KIA)과 삼성 정현욱(현 LG). 그러나 김주찬의 경우는 “50억원 가치가 있다”라는 감독의 사담이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면서 탬퍼링 의혹만 사고 KIA행을 지켜봐야 했다. 믿음직한 릴리프 정현욱은 “한화로 가면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이라며 삼성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기태 감독의 LG로 종착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한화는 아무 소득 없이 류현진 포스팅 금액의 이자로 만족해야 했다.
아직 한화의 실탄은 많다. 내부 FA들인 박정진, 한상훈, 이대수를 잡는 것도 급선무. 그러나 최하위팀으로서 한화는 전력 상승을 꾀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팀 전력에 도움이 될 테이블세터 요원이나 투수를 보강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한화가 팀에 큰 도움이 될 FA 외부 수혈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익명을 요구한 야구 관계자는 “외부 선수들 중 한화에 오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올 시즌 최하위. 그런데 이는 시즌 전부터 예상이 되었던 부분 중 하나다. 신생팀 NC와 무려 11경기 반 차이가 나는 최하위로 전락할 줄은 몰랐으나 상대적으로 얇은 선수층에서 가장 강력한 좌완 에이스가 빠지고 우완 선발 양훈이 경찰청 입대한 한화. 스포트라이트는 둘째 치고 영입될 선수에게 개인 성적과 팀 성적에 있어 가해질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1년 전 한화의 코칭스태프 구축도를 보며 “코칭스태프진에서 누가 선수들과 노련한 코치들 사이의 가교가 되어 선수들에게 형 역할을 할 것인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경기력 저하 현상으로 괴로워했던 전반기 한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괴리감은 의외로 강했다.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고 김응룡 사단 코치들은 해태 시절, 그리고 과거의 위계질서로 선수들을 다잡고자 했다.
후반기서는 분위기가 나아지며 경기력도 발전했으나 전반기는 그야말로 윤활유가 고갈된 자동차 엔진과도 비슷했다. 그런데 FA 영입 선수는 비단 개인 성적 뿐만 아니라 새롭게 영입된 선수로서 팀 분위기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쳐야 하는 역할을 지니게 된다. 이른바 짬이 짬인 만큼 그 책임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FA 선수로서 한화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부담 그 자체였다. 만약 이번 FA 시장에서 한화가 누군가를 수혈한다면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다그치기보다 기존 선수와 새로 영입되는 선수를 보듬어주고 FA 선수가 기존 한화 선수들과 제대로 융화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어도 선수 스스로 걸맞는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꺼려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 확실한 동기부여를 이끌 수 있는 팀 케미스트리 구축과 최하위 팀 성적의 반대급부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것. 돈 많은 한화가 필요한 선수들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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