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의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올 FA시장 내야 최대어로 손꼽히는 정근우(31)와 원 소속팀 SK가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13일이 계약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올해 FA자격을 얻은 정근우는 11일 인천 모처에서 민경삼 단장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FA 선언 후 첫 만남이었다. 다만 계약 금액이라는 ‘몸통’은 없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탐색전’이 이어졌다. 민경삼 단장은 “금액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어떻게 지냈는지, 어디서 어떻게 훈련하고 있는지 등 일상적인 이야기였다”라고 전했다.
양쪽 모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첫 만남에 의의를 뒀다. 다만 정근우는 “이번 FA선수 중 최고 레벨에 속하고 싶다. 거기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구단으로부터 받고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에 구단에서는 정근우가 말한 ‘최고 레벨’의 의중 파악에 분주하다. 일단 FA 최대어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강민호(롯데) 다음의 대우를 원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 정도 금액이 아니라면 시장에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당초 정근우의 몸값 기준선은 지난해 김주찬이 KIA와 FA계약을 맺을 당시 기록한 4년 50억 원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정근우의 ‘최고 레벨’ 발언은 내심 그 이상을 원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정근우가 자신의 뜻을 전달한 만큼 이제 SK의 대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두 번째 만남이 열릴 13일 오후 이번 계약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 단장은 “첫 번째 만남에서 계약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는 서로가 생각하는 금액을 듣기로 했다”고 했다. 간격이 클 경우 협상이 난항으로 빠질 수 있다. 정근우가 시장에 풀린다면 달려들 팀이 많다. SK로서는 다시 정근우를 품에 안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SK도 첫 제시액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그 수준을 저울질하고 있다. 12일 내부 회의를 거쳐 제시액을 결정한 이후 13일 정근우에게 구단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공은 정근우에게 넘어간다. 받아들인다면 SK가 일찌감치 FA시장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금액도 밝히지 않은 채 묵묵무답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SK의 베팅액은 얼마일까. 운명의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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