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 잘나가는 MPV ‘올뉴 카렌스’ vs ‘올란도’, 진화의 방향은 달랐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3.11.12 08: 30

승용차의 전통적인 카테고리인 세단은 5인승이다. 다섯 사람이 탈 수 있는 승차공간과 짐을 싣는 적재공간인 트렁크를 따로 두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 방식이다. 그런데 가족 단위의 아웃도어 라이프가 중시 되는 환경에서 5인승은 상당히 어정쩡한 카테고리가 된다. 때로는 승차 인원에서, 때로는 짐 꾸러미에서 오는 압박에 운전자를 고심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 탓에 최근 그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는 차급이 있다. 7인승 다목적 차량(MPV, Multi-Purpose Vehicle)이다. 승용 용도로는 공간이 충분히 넉넉하고 레저용으로도 크게 아쉽지 않으며 차량 가격 또한 많이 부담스럽지 않은 게 ‘7인승 MPV’의 장점이다.
이 차급에서 대표적인 차량이 쉐보레의 ‘올란도’와 기아자동차의 ‘카렌스’다. 특히 카렌스는 지난 10월 27일 2014년형 ‘올 뉴 카렌스’를 출시하고 ‘7인승 MPV’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 했다.

물론 두 차량 다 7인승이라고 해서 성인 7명을 넉넉히 태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3열 시트를 승차공간으로 만들어 성인 2명을 앉히기에는 상당한 억지가 따른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는 충분히 승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에 승차공간과 적재공간을 능동적으로 변형해 활용할 수가 있다. 이 점이 7인승 MPV의 가장 큰 매력이다.
OSEN에서는 ‘2014년형 올 뉴 카렌스’(디젤)가 출시 된 바로 다음날인 10월 28일, 갓 뽑은 새 차를 타고 쉐보레 ‘올란도’와의 비교 시승을 위해 1박 2일간의 부산 여행길에 올랐다. 서울을 출발한 시승차는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갈아타며 부산까지 갔고,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돌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오는 총 주행 거리 820여km를 시승하면서 두 차량의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이미지: 강인한 남성미 vs 세련된 여성미
‘올란도’와 ‘올뉴 카렌스’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미지의 차이는 극명하게 다가온다. 올란도가 강인한 남성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올뉴 카렌스는 세련된 여성미를 간직하고 있다. 두 차량이 원래 갖고 있는 디자인 요소가 상당치 기반이 돼 있었겠지만 나란히 놓고 보니 성격 차이는 더 뚜렷했다.
올란도는 MPV의 투박하면서도 믿음직한 실용성이 다가오는 반면 올뉴 카렌스는 외형만 봐서는 과연 MPV인가 싶을 정도로 미끈한 맵시를 자랑한다. MPV의 원래적 기능에 충실한 차량이 올란도라면, MPV에 세단의 성격이 강하게 반영 된 차량이 올뉴 카렌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인테리어도 외형에서 주는 이미지가 그대로 반영 됐다. 올란도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굵직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배치 돼 있는 반면 올뉴 카렌스는 부드러운 선의 흐름을 좇는 디자인 콘셉트가 적용 돼 있었다.
▲주행성능: 역동성과 정숙성
올란도는 배기량 1998cc 2.0 DOHC 엔진을 달았고 올뉴 카렌스는 배기량 1685cc 1.7 VGT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 배기량의 차이는 두 차량의 주행 성능 자체보다는 주행 개성의 차이를 규정하며 운전자에게 어필했다.
올란도의 2.0 DOHC 엔진이 역동성을 자랑하며 강한 등판 능력을 보여준다면 올뉴 카렌스는 정숙성을 자랑하는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장점이다. 올란도의 최대토크가 36.7kg.m이고 올뉴 카렌스의 최대토크가 33kg.m인 것을 보면 실질적인 성능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주행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는 꽤나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연비: 후생가외
사실 이번 비교 시승에서 연비는 상당히 중요한 항목이었다. 운전자들이 경제성과 연료 효율성을 따지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연비는 자동차의 비교우위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생가외’였다. 정부공인 표준연비는 올란도가 복합연비 12km/ℓ, 고속도로 연비 14.2km/ℓ이며 올뉴 카렌스는 복합연비 13.2km/ℓ, 고속도로 연비 14.9km/ℓ이다. 올뉴 카렌스가 약간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고속도로 운행에서의 연비는 어땠을까? 연비 측정 방식은 하행선 5구간, 상행선 4구간에서 자동차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연비로 구간별 연비를 산출하고, 실제 주행거리와 연료 소모량(최초 출발 시 채운 연료량에서 실제 소비 된 연료량을 계산해 실제 운행한 거리로 나눈 연비)으로 얻은 수치를 평균해 구했다. 물론 두 차량 다 연비 성능을 저해하는 과속 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 결과에 의하면 올란도가 16.65km/ℓ의 연비가 나왔고 올뉴 카렌스는 7인승이 19.25km/ℓ, 5인승 ISG 에코다이나믹스가 21km/ℓ로 측정 됐다. 시내 운전에서 정지 신호에 멈췄을 때 시동이 자동적으로 꺼지는 기능의 5인승 ISG(Idle Stop & Go) 에코다이나믹스 차량은 공인 연비도 복합연비가 14.0km/ℓ로 뛰어났다. 
공인연비에서 앞서고 배기량이 적은 올뉴 카렌스가 고속도로에서 친연비 운전을 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연료 효율을 보였다.
▲적재공간: 의외의 반전
적재공간에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작아 보이는 올뉴 카렌스가 되레 실내 공간이 넓은 것으로 측정 됐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기아 자동차연구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카렌스가 2-3열 폴딩시 1650ℓ, 3열 폴딩시 492ℓ가 나오는 반면, 올란도는 2-3열 폴딩시 1544ℓ, 3열 폴딩시 472ℓ가 측정 됐다.
비교 시승에서도 빈 라면박스를 동원해 측정을 시도했는데 106ℓ 차이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올뉴 카렌스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결코 작은 적재공간을 지니지는 않았다는 점은 확인했다. 올란도와 올뉴 카렌스는 같은 개수의 라면박스를 실었기 때문이다.
▲가격: 카렌스의 역습
가격 경쟁력에서는 최근에 나온 올뉴 카렌스의 역습이 있었다. 지난 3월 말 풀체인지 모델로 나왔던 올뉴 카렌스는 2014년형 모델을 내면서 가격 경쟁력을 다시 손봤다. 고급 사양을 빼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써 트림별로 135만 원에서 225만 원까지 인하하는 효과를 봤다.
덕분에 ‘2014 올 뉴 카렌스’ 1.7 디젤 모델은 ‘럭셔리’ 2095만 원, ‘프레스티지’ 2270만 원, ‘에코 다이나믹스’ 2370만 원,  ‘노블레스’ 249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카렌스의 역습에 대응하는 ‘2014년형 올란도 디젤 2.0’의 가격은 LS모델 2,267만 원, LT 모델 2,502만 원, LTZ 모델 2,761만 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성격: SUV를 닮은 MPV, 세단을 닮은 MPV
올란도와 올뉴 카렌스를 둘 다 많은 장점을 지닌 차들이다. 7인승 다목적 차량을 대표하는 두 모델은 세단과 SUV 사이에서 두 차량의 장점을 취하고자 하는 운전자들에게 틈새상품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굳이 두 차량을 비교하면서 성격을 규정하라고 한다면 결국 ‘세단과 SUV 사이의 MPV’라는 단어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세단의 장점을 취했느냐, SUV의 장점을 취했느냐에 따라 같은 MPV라도 개성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란도는 올뉴 카렌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SUV의 성격을 더 많이 타고 났다. 때문에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높은 시야각, 선이 굵은 외형을 지녔다. 하지만 SUV에 가까운 고중심 설계는 굴곡이 심한 커브길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올뉴 카렌스는 쾌적한 주행성, 커브길에서도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는 세단의 장점을 지녔고 세련된 디자인은 여성 운전자에게도 잘 어울리는 MPV라는 개념을 심어준다. 하지만 SUV의 높은 시야각이 없어 회전각이 심한 지하 주차장길에서 상당히 신경 쓰이는 운전을 요구한다.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7인승 MPV’라는 카테고리에 안착하고 있는 올뉴 카렌스와 올란도는 ‘실속파’라는 공통된 명제 아래 개성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의 디테일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차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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