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36) 삼성생명 코치가 정든 농구화를 벗는 날. 그도 울고, 한 남자도 울었다.
지난 11일 오후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스타즈와 경기가 열린 용인체육관. 박정은 코치가 새출발선에 섰다. 19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삼성생명 코치로 팬들 앞에 선 순간이었다.
삼성생명은 올 시즌 홈개막전을 박 코치의 뜻깊은 은퇴식 날로 정했다. 경기에 앞서 은퇴식이 열렸다. 성대했고, 감동적이었다. 그의 현역시절을 담은 기념영상이 대형 전관팡에서 상영됐고, 내 인생의 제일 소중한 5인이 소개됐다. 이후 오랜시간을 동고동락했던 이미선이 삼성생명 선수단 대표로 기념액자를 선물했다. 박 코치의 현역 시절 배번이었던 11번이 영구결번되면서 뜨거웠던 은퇴식은 막을 내렸다. 30여 분 내내 뜨거운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박 코치는 "너무 행복했던,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용인에서 뛰었던 순간을 한 순간도 잊지 않겠다. 팬 분들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선수가 아니고 코치로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도 '노장' 박정은이 아닌 '신인' 박정은 코치로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호근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진을 잘 보좌하고 배워 여러분들이 다시 한 번 기억해 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삼성생명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며 감격의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은퇴식이 끝난 뒤 박 코치를 다시 만났다. "코치라서 티도 못냈는데 체육관에 들어오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맺혔다"는 그는 "은퇴식이 시작된 뒤 그간 내가 받았던 사랑이 다 전해졌다. 정말 행복했다. 지금 이 행복한 마음과 사랑을 그냥 넘기면 안될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게 내 역할이다. 지도자로서 많이 배워서 선수들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울먹였다.
박 코치의 짝이자 유명 배우인 한상진 씨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앞서 내 인생의 제일 소중한 5인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소개된 한상진 씨는 주인공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박 코치는 그를 두고 블루밍스의 영원한 식스맨이라고 소개했다. 묵묵히 자신을 돌봐주고 지켜줬던 남편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박 코치는 "은퇴 전날 남편이 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 내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남편에게 울지말라고 했는데 망했다"며 애정어린 농을 건넸다.
한상진 씨의 눈물은 특별했다. "신랑도 나 못지 않게 선수로서의 삶을 살았다. 나보다 더 농구를 사랑했다"는 박정은은 "부인 박정은보다는 선수 박정은을 떠나보내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치로서 첫발을 뗀 박 코치는 "감독님도 내가 코치진과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길 원하신다.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과 뛰어봐서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 언니가 얘기해주는 느낌으로 다가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새출발을 한 박 코치에겐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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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