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슬기 “예능 이미지 탓에 캐스팅 안돼 상처”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1.12 14: 48

배우 배슬기(27)를 떠올리면, 아직까지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일명 ‘복고 댄스’일 게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까닭에 배슬기는 어린 나이에 197~80년대 춤을 잘 소화했던 끼 많은 예능인의 모습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배슬기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컸다. 그가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에서 50살 가까운 나이 차이가 나는 신성일(76)과 파격적인 멜로 연기를 하는 쉽지 않은 길을 한 것도, 예능인 배슬기가 아닌 배우 배슬기로 탈바꿈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웠다.
‘야관문’은 개봉 전 소위 말하는 ‘야한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끈적끈적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처절한 복수 드라마에 가깝다. 배슬기의 적나라한 노출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 이 영화는 간병인 연화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종섭의 아슬아슬한 욕망 속에 드러나는 비밀이 주된 이야기다. 복잡한 내면세계를 가진 연화라는 인물은 배슬기가 연기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에 따라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배슬기의 연기가 돋보인다는 것. 지난 7일 개봉 후 만난 배슬기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썩 나쁘지 않은 평가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봐주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함께 연기한 신성일 선생님의 칭찬도 기분이 좋았고요. 정말 몸 둘 바를 몰랐지만, 선생님의 칭찬을 들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복잡한 감정선을 연기한다. 다소 관객이 따라가기 힘든 요소가 있을 정도로, 배슬기가 연기하는 연화는 어려운 인물이다.
“영화가 굉장히 무겁고 우울하죠. 연기를 하면서 연화의 감춰진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촬영하면서 우울하기도 했어요. 친구와 통화하면서 우울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너무 인물에 몰입하면 저 스스로를 망칠 것 같다는 겁이 날 정도였어요.”
배슬기는 ‘야관문’과 연화를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의문이 많은 연화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촬영 내내 어려웠지만 가장 힘든 장면은 연화의 절박한 마음을 다 쏟아내야 했던 종섭의 자살 시도 장면이었다.
“선생님이 목을 매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긴박한 순간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몰입을 하셔서 연기를 하시다가 아무 소리도 안 내셨거든요. 진짜로 위험한 순간이 있었고, 크게 당황했죠. 그리고 나중에 연화가 쌓여있는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자르지 말고 한 장면에 찍자고 하셨어요. 다행히 네 번의 시도 끝에 촬영을 마쳤는데, 2분 안에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야관문’은 적나라한 노출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더욱이 배슬기는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노출과 애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로맨스의 농도가 짙어졌고, 영화가 완성된 후 홍보 방향이 조금 더 자극적으로 잡혔을 뿐이다.
“저는 연화가 좋아서 이 영화를 출연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키스신 하나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샤워신이 추가되고 나중에는 베드신이 생겼어요.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겁이 났죠. 전 노출을 할 수 있는 대범한 성격은 아니거든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영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정을 바꿀 수는 없었어요. 제작진이 저의 이런 고민을 알고 많이 배려를 해주셨죠.”
배슬기는 이번 영화가 정말 소중했다. 대학에서도 연기를 공부했고, 연기자로 데뷔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은 배슬기의 인생을 확 바꿔놨다.
“운이 좋아서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게 됐죠. 인지도를 확 높이는 계기가 됐고 복고 댄스 덕에 저를 알린 것도 있었지만 안 좋은 점이 많았어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서 감독님을 만나면 농담으로 ‘네가 드라마에 출연하면 예능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상처를 많이 받았죠. 전 역할이 작아도, 심지어 한 장면만 나오는 단역이어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회가 없었어요.”
배슬기는 말을 재치 있게 하는 입담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이 아니었다. 차분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성격이었다. 때문에 예능인이라는 낙인은 그에게 큰 상처가 됐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마다 다르겠죠. 저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과 그리고 드라마,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큰 욕심은 없고요. 연기자로서 제가 연기를 하고 있으며, 제 직업이 연기자라는 것을 보여주면 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품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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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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