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고지고TV] 무서운 임성한 월드 VS 친근한 김수현 월드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1.12 16: 04

드라마계의 각기 다른 두 대가가 시청자들로부터 엇갈린 평을 받으며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임성한 작가와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한 여자’의 김수현 작가가 그 주인공.
임성한 작가는 현재 방송 중인 집필 작 ‘오로라 공주’로 인해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을 통해 ‘오로라 공주’의 연장 반대 및 종영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 임성한 작가의 요청으로 인해 이미 한 차례 연장돼 150부작으로 종영 예정이었던 드라마가 또 다시 연장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MBC 측은 연장 논의에 대해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시청자 및 네티즌은 그간 배우들의 하차 문제, 엉뚱한 전개 등으로 수많은 잡음을 만들어 왔던 ‘오로라 공주’의 종영이 속히 이뤄지길 기다리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방송됐던 ‘오로라 공주’에서는 드라마 전개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기이한 장면들이 계속됐다.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은 시누이들의 과한 시집살이에 울분을 토하며 헤드뱅잉을 곁들인(?) 춤을 췄다. 이어 시누이들과 남편은 다음날 오로라가 차린 밥상에 오트밀이 올라온 것을 보고 난데없이 ‘오트밀 찬양’을 펼쳐 실소를 자아냈다.
사실 음식에 대한 과도하게 자세한 설명이나 엉뚱하고 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오로라 공주’ 이전에도 임성한 작가만의 색깔로 손꼽혀 왔던 것들이다. 과거 임성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귀신이 등장하거나, 등장인물이 웃다가 죽음을 맞는 등 황당한 설정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이 생뚱맞은 장면들은 방송 당시엔 다소 비판을 받았어도 작품 특유의 흡입력과 재미로 인해 작가의 명성에 흠집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에서 만큼은 모든 독특함들이 화살이 돼 임성한 작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드라마에서는 임성한 작가만의 색깔이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많았고, 작품 외부적으로도 임성한 작가의 독단이라 해석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로라 공주’와 임성한 작가를 둘러싼 이러한 논란은 그의 대선배이자 또 다른 대가 김수현 작가의 행보와 비교가 돼 눈길을 끈다.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세 번 결혼한 여자’는 지난 9일 첫 방송 됐다. ‘세 번 결혼한 여자’ 역시 방송 전부터 주연 배우 선정과 감독 교체 등에서 크고 작은 이슈를 만들었다. 방송 직후에도 주연 배우 이지아의 부은 얼굴에 대한 성형 의혹 등이 제기돼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김수현 작가 역시 임성한 작가 못지않게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작가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배우들의 대사와 똑부러진 인물들의 캐릭터는 그 독특함으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캐릭터나 사건이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세 번 결혼한 여자'에서는 딸을 친정에 놔두고 시집을 갈 수 밖에 없었던 여자 주인공 오은수(이지아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재혼을 한 은수는 서서히 멀어지는 딸에 대한 안쓰러움과 새롭게 시작한 삶이 주는 행복 사이를 살아가는 인물. 딸의 모습에 안쓰러워 하다가도 새로운 남편과 미소를 짓는 오은수의 이중적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 공감을 자아낸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노처녀이자 무뚝뚝한 성격의 오현수(엄지원 분)의 대사들 역시 공감을 주고 있다는 평.
드라마 속에서는 작가 마다 자신의 색깔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색깔이 작가만의 특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를 뛰어넘는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최근 임성한 작가는 이런 부분에서 방향을 잃은 듯 하다. 독특해도 장수하는 대 선배 김수현 작가의 행보를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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