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광복기를 배경으로 근대사와 농구를 접목한 독특한 소재, 그리고 드라마 '추노'로 잘 알려진 곽정환 PD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 방송 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던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볼'이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중이다.
당초 기획됐던 24회 분량중 광복 이후의 내용이 그려질 예정이던 후반부 6회분 촬영이 결국 유보돼, 18회 조기종영 소식까지 전해진 상황. 하지만 '빠스껫볼'로 첫 주연자리를 꿰찼던 배우 도지한은 합정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흥행보다는 작품이 지닌 의미에 더 집중했다"는 말로 자신의 변함없는 의지를 드러냈다.
도지한은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거상 김만덕', '돈의 화신', 영화 '마이웨이', '이웃사람', '타워'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아역부터 성인연기자로서 활동을 이어왔다. 검사, 소방관, 피자 배달부, 그리고 '빠스껫볼' 속 농구선수까지, 각양각색의 역할을 맞춤옷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모든 역할이 쉽지 않았어요. 느낌은 달랐지만, 매번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그래도 이번 '빠스껫볼' 강산이의 경우엔 고집이 세고, 불같은 성격 등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아 감정적으로 표현하기엔 더 쉬웠어요. 농구는 여전히 어렵죠.(웃음) 쉬움과 어려움이 반복돼 감독님과 자주 상의해요."
가장 어려웠던 건 농구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일 농구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고백했던 도지한은, 극중 큰 축을 차지하는 농구신 촬영을 위해 지난 4월부터 개인교습을 받으며 연습을 이어왔다. 그 결과 도지한은 오히려 농구에 푹 빠진 상태.

"당시 농구룰이 지금과 달라서 화려한 기술이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촬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죠. 시간만 더 있으면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만 남아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농구에 빠지는 통에 지금은 농구용품 사는데 돈을 꽤 많이 써요. 농구화, 티, 반바지, 레깅스, 가방 등 이거저거 많이 샀거든요. 작품이 끝나더라도 농구는 개인적인 취미로 이어갈 생각이에요."
일반적인 드라마 시스템과 달리 반(半)사전녹화 형식으로 진행된 탓에 거듭됐던 '시간차' 촬영도 어려운 요소로 작용했다.
"처음부터 10회분의 대본이 나온 상태로 촬영했어요. 1회~10회 장면이 뒤섞여 촬영되다 보니, 신경써서 집중하지 않으면 감정선을 잇는게 쉽지 않았죠. 이런 시간차 촬영이 특히 힘들었는데, 다행히 방송으로는 편집이 잘된 덕분에 눈에 띄지 않았어요."
'빠스껫볼' 강산 역할이 도지한에게 있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최신영(이엘리야 분)과의 달콤한 로맨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온 후 좀체 여복(?)이 없었던 그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남자 연기자들과 뜨거운 호흡을 맞춰왔던 것. 그런 그가 '빠스껫볼'에선 최신영과의 키스신도 소화했다.
"키스신이 있긴 했는데, 뒤에 바로 뺨을 맞는 장면이라 쉽지 않았어요. NG를 많이 내진 않았는데, 한 회의 엔딩 장면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밤새서 찍었죠. 좀 더 진한 느낌(?)의 키스신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그렇지 못해 아쉽기도 했어요.(웃음)"
tvN이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와 동시간대 편성을 시도해 시청률 면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빠스껫볼'은 분명 색다른 소재를 다뤘다른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빠스껫볼'로 첫 주연을 소화 중인 도지한의 생각도 이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빠스껫볼'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거나, 제 필모그래피의 대표작이 되든 건 크게 중요치 않아요. 현 시점에서 시청률 1위를 못하더라도, '빠스껫볼' 같은 드라마는 앞으로도 지상파도 시도하기 힘든 드라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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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