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채태인(31, 삼성)은 기자들을 만날때면 "KBO에서 주는 기량 발전상은 없냐"고 물어본다. 그는 "2011년 2할2푼, 지난해 2할7리에서 올해 3할8푼1리까지 끌어 올리면 엄청난 발전"이라며 기량 발전상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평소 "지금껏 나는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채태인이지만 올해 만큼은 욕심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마치 '참 잘했어요' 도장을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채태인은 올 시즌 94경기에 출장, 타율 3할8푼1리(299타수 114안타) 11홈런 53타점 5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의 활약상은 단연 돋보였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규 시즌 종료를 앞두고 "채태인이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잘 해줬다.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뒤 해결사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는 의미다.
채태인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으로 팀내 타자 가운데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아쉽게도 한국시리즈 MVP는 박한이의 품에 안겼지만 채태인이 없었다면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 달성은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KBO는 매년 12월 10일 골든 글러브 시상식 때 사랑의 골든 글러브, 페어 플레이상, 베스트 포토상 등을 제정해 시상한다. 아쉽게도 채태인이 그토록 바라는 기량 발전상은 없다. 그렇지만 따뜻한 겨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연봉에서 54.5% 삭감된 50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던 채태인은 올 시즌 연봉 협상 테이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갑의 입장이다. 올 시즌 활약도만 놓고 본다면 수직 상승 가능성은 높다. 누가 뭐래도 올 시즌 최고의 기량 발전 선수는 채태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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