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통합 3연패 명장으로 만든 '내조의 힘'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3.11.13 06: 37

지난 12일 아시아 시리즈 대비 훈련이 열리는 대구구장 감독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12월 행사 일정 게시판을 바라보며 "언론사 시상식 등 각종 행사 일정이 잡혀 있어 열흘간 서울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18일부터 6일간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내 배태연 씨와 4박6일 일정으로 태국 여행을 떠나기 때문. 1990년 배태연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류 감독은 결혼 20주년 때도 이렇다할 이벤트 한 번 마련하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이번 만큼은 사랑하는 아내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계획.
평소 류 감독의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결혼 정말 잘 했다"고. 류 감독 또한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자 행운"이라고 말할 만큼 배태연 씨와의 결혼을 천운처럼 여긴다.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류 감독은 "아내의 정성스런 기도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대구 달서구의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류 감독은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아내가 아니었으면 살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 "우리도 집을 사야 하지 않겠냐"는 아내의 한 마디에 모델 하우스를 둘러 보고 청약 신청을 했다.
WBC 대표팀 배당금으로 계약금을 해결했지만 상환해야 할 중도금은 많이 남아 있었다. 류 감독은 아내에게 "큰 돈을 어떻게 갚을 수 있냐"고 투정을 늘어 놓았다. 이에 아내는 한 마디를 던졌다. "당신은 감독 한 번 안 할거냐"고. 우연의 일치인가. 류 감독은 몇 달 뒤 삼성의 13대 사령탑에 올랐다.
류 감독의 아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아내는 류 감독을 위해 정기적으로 금식 기도를 할 만큼 신앙심이 강하다. 류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 시리즈가 끝난 뒤 아내가 대뜸 '미안하다'고 하길래 물어보니 '그때 제가 새벽 기도를 가지 못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우리 아내는 항상 기도할때마다 '우리 남편이 10년간 우승 3번만 하게 해주세요'라고 한단다. 3년간 우승 3번했으니 기도문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류 감독은 종교가 없지만 시즌이 끝날때면 아내의 손을 잡고 교회를 찾는다. "2011년부터 1년에 한 번씩 가서 교회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했었다. 해가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아마도 나를 보러 오는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폭소를 터트렸다.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이끌며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 된 류 감독.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덕분이 아닐까.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