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해 페넌트레이스서 그는 플래툰 4번 타자로 나섰다. 1군 풀타임리거이기는 했으나 엄밀히 따졌을 때 주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릎 재수술 후 상태 회복에 도움을 줘 전화위복과 같은 효과를 봤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6홈런으로 파괴력을 발산했다. 두산 베어스서 FA 자격을 취득한 우타자 최준석(30)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자신했다.
2001년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 거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친구 이대호(오릭스)와의 중첩으로 인해 2006시즌 중 두산으로 트레이드 된 최준석은 김동주-김현수와 함께 팀 클린업트리오 한 축을 맡는 등 공헌도가 컸던 타자. 2010년에는 3할2푼1리 22홈런 82타점으로 팀 리딩히터가 된 동시에 그해 1루수 골든글러브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최준석은 후배 오재일과 플래툰 4번 타자로 나서며 100경기 2할7푼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성적은 평이했으나 출장 기회가 들쑥날쑥한 편이었음을 감안할 만 하다. 특히 최준석은 이번 포스트시즌 16경기서 6홈런을 작렬하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최준석의 6홈런은 2001년 두산 타이론 우즈와 함께 단일 포스트시즌 개인 최다 타이 홈런 기록. 국내 타자로만 따지면 최다 홈런이다.

바뀐 외국인 선수제도에 따라 각 팀 당 외국인 타자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는 점은 최준석에게 악재. 그러나 최준석은 리그에서 검증이 된 타자인데다 단순히 당겨치기만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밀어치는 능력도 확실히 갖추고 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7시즌 반을 뛰며 갖춘 밀어치는 능력에 실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도 아는 타자다. 원 소속팀 두산은 물론이고 중심타선의 화력을 높이고자 하는 팀이 눈독을 들일 만한 선수다.
“두산에 와서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아요. 제 개인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곳으로 와서 제 동생도 결혼시키고 저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고. 시즌을 치를 때는 몰랐는데 막상 FA 자격을 얻고 신청하는 순간 확 부담이 밀려오더라고요”. 신분은 자유로워졌으나 말을 아껴야 했던 최준석은 그 가운데서도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야구선수 최준석이 아닌, 하나 뿐인 동생과 갑작스레 서울로 올라왔다가 어느새 자신의 가정을 일군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는 데 뿌듯해 한 청년 최준석이다.
사실 최준석을 둘러 싼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그의 몸 상태. 최준석은 지난 2007시즌 2할4푼4리 16홈런 75타점을 기록한 후 무릎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던 바 있다.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고 채 완전한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치른 2008시즌 최준석은 67경기 2할2푼5리 6홈런 23타점에 그쳤다. 재활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치르다보니 제 위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이듬해와 2010년 2년 연속 3할 타율과 80타점 이상을 올린 최준석은 2011시즌 도중 한 베이스 더 가는 과감한 주루를 펼치다 무릎에 부하가 왔다. 그해 2할7푼1리 15홈런 75타점을 기록한 최준석은 수술 대신 재활 후 2012시즌을 치렀으나 제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2할5푼 6홈런 30타점에 그쳤다. 결국 최준석은 지난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다시 받았다. 올 시즌 중 최준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괜찮다”라고 일관했으나 사실 무릎 상태를 온전히 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출장 기회가 이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불행이었으나 다행히 그동안 무릎 상태를 정상화할 수 있던 최준석이다.
“무릎은 진짜 아무 문제없어요. 예전에는 제대로 구부리지도 못했는데”. 소파에 앉아있던 최준석은 수술받았던 왼 무릎을 편하게 움직였다. 사실 최준석의 경우는 1루 수비 범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넓지 않지만 포수 출신이라 정면 강습 타구나 직선 타구 처리에 능숙한 편. 무릎 상태가 확실히 나아지고 지난해에 비해 체중이 감소하며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안정된 1루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첫 번째 무릎 수술 후에도 이듬해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 다음에는 계속 잘 되었어요. 이번에도 내년부터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년 전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최준석. 그에 대한 기대치는 충분히 커질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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