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탐색전은 끝났다. 계산도 마쳤다. 서로의 속내를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SK와 정근우(31)가 협상의 중대한 기로에 선다.
올해 FA 내야 최대어로 손꼽히는 정근우와 원 소속팀 SK는 13일 오후 두 번째 만남을 갖는다. 양자는 이미 11일 오후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이 오고가지는 않았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기본적인 의사를 전달하는 자리였다. 당시 양자는 “13일 금액을 제시하자”라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13일의 해가 떴다.
정근우는 11일 “최고 레벨에 속하고 싶다.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뼈가 있는 발언이다. 최고 레벨이라고 하면 FA 최대어로 평가되는 강민호(롯데)에 근접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실제 계약 금액은 미지수지만 이번 FA시장을 바라보는 정근우의 기대치가 그만큼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구단도 고심에 빠졌다. 정근우에게 제시할 최종 금액을 저울질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라는 대명제는 여전하다. 계약 기간에 이견이 생겨 협상이 틀어진 지난해 이호준(NC)과는 상황이 다르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선수다. 여기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클럽하우스의 구심점이기도 하다. 모든 측면에서 정근우를 대체할 자는 없다. ‘얼굴’을 잃을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여론의 따가운 시선도 분명 큰 부담이다.
원 소속구단 협상기간 내에 잡지 못할 경우 정근우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야구계에서는 “2~3개 정도 팀이 정근우가 시장에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전접촉설 등 여러 가지 뒷말도 무성하다. 이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SK가 13일 정근우에게 꺼내 들 첫 제시액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FA 시장에 돌입하기 전 생각했던 제시액은 휴지통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시장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지 않는가”라며 조정을 시사했다. 물론 SK도 처음부터 선수의 객관적 가치로 금액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FA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상 거론되는 정근우의 몸값에 발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고충이 크지만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관건은 당초 예상보다 얼마나 올라갔느냐, 그리고 정근우가 이런 SK의 제시를 받아들일 것이냐다. SK는 정근우가 시장에 나갈 생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첫 제시액부터 구단의 여력을 총동원할 것이 유력하다. 과연 SK가 내민 카드에는 어떤 금액이 적혀 있을까. 협상의 중대한 분수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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