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의 지창욱이 적 앞에서의 비굴함과 복수심 불타는 내면을 보여줄 때의 섬뜩함을 오가는 반전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2일 방송된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승냥(하지원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려 궁에 들어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황태제 타환(지창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타환은 자신을 구해준 승냥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승냥의 아버지 기자오(김명철 분)와 고려가 자신을 헤하려 했다고 동의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연철 앞에서 원나라 군사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 말할 경우 그를 완전히 자신의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기 때문.

이어 그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앞에 선 타환은 목숨을 잃게 될까 두려움에 떨었고, 곧 무조건 그 앞에 수그리라는 자신의 편 백안(김영호 분)의 말을 기억하며 연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 달라. 바보가 되라면 바보가 되고 겁쟁이가 되라면 겁쟁이가 되겠다. 목석이 되라면 목석일거고 꼭두각시가 되라면 나는 꼭두각시가 되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타환의 모습에 연철은 속으로 “이 놈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가. 희대의 얼간이 아니면 독을 잔뜩 품은 독사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하며 호기심을 보였다.
결국 타환은 무사히 자신의 목숨을 구했고, 연철의 딸 타나실리(백진희 분)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이처럼 약한 모습을 보였던 타환에게도 자존심이 있었다. 그는 황제가 될 자신을 향해 "나를 잊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는 왕고(이재용 분)를 가까이 불러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나를 죽이겠다던 그대의 야차같은 면상을. 뼛속에 깊에 새겨 두었으니 어떻게 그대를 있을 수 있겠소"라고 살기어린 한마디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지창욱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철부지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이제는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적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비운의 황태제, 이후 마음 속에 숨어 있는 독을 서서히 품기 시작하는 모습까지 반전이 가득한 타환의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듯 잘 살리고 있는 것.
이제 2막의 시작을 알린 '기황후'에서 철부지에 비굴한 황제 타환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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