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선보이고 있는 두 사극이 시청률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MBC 월화드라마의 부활을 알리고 있는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가 시청률 면에서 큰 재미를 보고 있다면 일일드라마 ‘제왕의 딸, 수백향’(극본 황진영 연출 이상엽, 최준배 이하 ‘수백향’)은 호평을 받고 있는 내용에도 불구,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13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기황후’는 전국기준 16.3%를 기록했다. 이는 자체최고시청률을 2번 연속 달성했던 10회, 11회(14.5%) 보다 1.8%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동시간대 1위 성적이다.
‘수백향’의 경우 12일 방송분이 전국기준 8.8%를 기록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찍었다. 지난 5일 8.7%로 자체최고시청률을 찍은 후 일주일 만에 기록을 경신 성적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청률이 아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같은 사극 장르임에도 시청률 면에서 ‘기황후’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같은 일일드라마인 ‘오로라 공주’는 막장 전개로 인한 관심 혹은 거품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날 17.2%라는 시청률을 기록, 자체최고를 찍었다.
이 같은 시청률 차를 전적으로 ‘수백향’의 탓이라 할 수만은 없다. ‘수백향’의 경우 화제성은 ‘기황후’ 보다 낮을지 몰라도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 면에서는 호의적이다. 부모 세대 무령대왕(이재룡 분)과 채화(명세빈 분), 구천(윤태영 분)의 엇갈린 안타까운 사랑이 안방을 울렸으며, 운명이 뒤바뀐 설난(서현진 분)과 설희(서우 분)의 이야기도 흡입력이 있다는 평.
'수백향'이 방송되는 오후 9시 시간대는 KBS 1TV 뉴스 시청률이 20%를 육박하며 가장 높이 치솟는 시간대다. 그 외의 채널에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편이다. 결국 '수백향'이 시청률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대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기황후'는 역사 왜곡과 관련한 논란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는 고려 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뤘다. 실제 역사와 다름을 밝힌다'는 문구를 매회 서두에 공지하는 것으로 이 드라마가 팩션임을 강조해 논란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또 하지원-주진모-지창욱 등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장영철-정경순 작가의 짜임새 있는 극본은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있는 같은 사극이라도, 이처럼 방송되는 시간대에 따라 엇갈린 희비를 경험한다. 물론 두 드라마의 운명을 가른 것은 시간대 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수백향'이 확실히 그 시간대에 내보내기엔 아까운 드라마임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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