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한 명 때문에 팀이 확 바뀔 수 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외국인 선수 영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각 구단은 팀당 2명씩 외국인 선수를 운용해왔다. 내년부터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늘어난다. 기존 8개팀은 3명 보유 2명 출전, 신생팀은 4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반드시 야수 한 명을 선별해야 한다. 그런 만큼 외국인 선수 영입이 더욱 중요해졌다.

류 감독은 배영섭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격력이 뛰어난 외야수를 보강할 계획을 내비쳤다.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외야수)와 같은 외국인 타자가 온다면 최고"라고 엄지를 세운 류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 관련 비화를 공개했다.
삼성은 1999년 기동력 강화를 위해 제이 데이비스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마감 1일 전에 빌리 홀(내야수)로 급선회했다. 류 감독은 "데이비스가 왔었다면 정말 끝내줬을 것"이라며 "빌리 홀과 함께 수비 훈련을 했었는데 수비의 기본 자세가 안 돼 결국 외야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빌리 홀 대신 제이 데이비스가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면 삼성의 우승은 앞당겨졌을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외야 수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영입할 생각이다. 자칫 하면 포지션이 중복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한국 야구를 얕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기가 원하는대로 해달라고 떼쓰기도 한다. 야구는 단체 종목인데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라고 특별 대우를 해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조기 퇴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 트로이 오리어리가 대표적인 사례. 그는 2004년 삼성과 계약을 맺었으나 적응 실패로 조기 귀국하는 아픔을 맛봤다. 오리어리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선수들과 융화되지 못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류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성격도 봐야 한다"며 "릭 밴덴헐크는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도 많이 한다"고 문화 적응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덕분에 우승했다는 칭찬 한 번 듣고 싶다"는 류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