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이제까지 뛴 시간들을 생각했을까. FA 강민호(28,롯데 자이언츠)가 전격적으로 롯데와 도장을 찍었다.
롯데는 13일 강민호와 4년간 7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11일 첫 만남에서 양측은 롯데에 남는다는 큰 틀은 정했고, 13일 구체적인 금액까지 합의에 성공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종전 최고액은 2005년 심정수가 삼성에 입단하면서 받은 4년 60억원이었다.
강민호는 일찌감치 이번 FA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다. 포수난에 허덕이는 한국 프로야구에 공격과 수비를 겸비한 20대 FA 포수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강민호는 스타성까지 출중하기 때문에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되는 선수다.

선수 기량과 시장성, 희소성 모두 강민호의 몸값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흔히 포수는 경험을 먹고 성장하는 포지션이라고 말한다. 강민호는 프로 2년차인 2005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 어느덧 프로통산 1000경기를 넘긴 베테랑 포수이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꾸준히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있다. 또한 어느 팀에서나 중심타선을 맡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췄고 최고의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무엇보다 현재 프로야구는 두산 정도를 제외하면 확고부동한 주전포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 상황은 강민호의 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항간에서는 강민호의 몸값이 100억원까지 치솟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왔지만 강민호는 돈을 쫓는 대신 롯데에 남는 쪽을 택했다. 물론 롯데와 계약을 맺은 총액 75억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렇지만 만약 강민호가 시장에 나온다면 타 구단은 75억원에 최소 10억원은 더 얹어줘야만 했을 것이다.
만약 강민호가 계약 총액에만 신경썼다면 롯데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나를 성장시켜준 곳이 롯데다. 정말 롯데에 남고싶다"면서 "4년 후 두 번째 FA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음 편하게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곳이 롯데이기 때문에 다시 롯데를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강민호가 롯데와 계약을 결정하면서 얻을 유·무형의 소득도 적지 않다. 첫 번째는 광고수익이다. 부산지역 광고판에서 강민호의 얼굴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상 최고액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롯데 잔류를 선언한 강민호이기에 광고로 추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광고수익이 보이는 이득이라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무형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이면 롯데 입단 10년을 맞이하는 강민호는 따로 적응기가 필요하지 않다. 내년에는 장원준·최대성 등 동기들이 돌아오기에 그들과 배터리를 이뤄 팀 성적을 끌어 올린다면 더욱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강민호는 이날 계약으로 2017년까지 '롯데맨'으로 남게 됐다. 역대 최고 대우를 받으며 롯데 잔류를 선택한 강민호가 앞으로 4년 동안 어떤 야구를 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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