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오현경 “왕수박 저도 욕하면서 연기해요”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1.13 16: 03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수박은 시청자들의 ‘공공의 적’이다. 그리고 왕수박을 연기하는 배우 오현경은 화려한 외모로 극 중 “미스코리아 나갔던 여자야”를 외친다. 진짜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는 얄미운 연기로 주말 저녁 안방극장을 시청자들의 탄식으로 채우고 있다.
그러나 진짜 오현경은 왕수박과는 다르다. 그는 자신을 지칭해 “왕수박이 아니라 왕호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짓이 아니다. 오현경은 깐깐한 여배우라기보다 옆집 아주머니 같은 인물이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은 인터뷰라기보다는 왁자지껄한 수다에 가까웠다.
가끔 어떤 이들은 왕수박과 오현경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현경은 이에 대해 쿨하고 덤덤하게 반응했다. “괜히 욕먹게 하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행동들이 갈 데까지 갔다가 정신 차리겠죠. 사람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당해봐야 나중에 크게 정신을 차릴 거예요. 인간말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왕수박은 행동 할걸요?(웃음)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요즘 여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수박이가 아침을 안 차려주고 짜증내는 장면을 잘 생각해보면, 요새 누가 남편 아침을 차려주겠어요. 그런 식인 거죠. 다 수박이 같은 면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가 수박이 아닌줄 알아요. 내가 아닌 척 하고 사는 거예요.”
 
왕수박은 밑도 끝도 없이 얄미운 여자다. 처음 왕수박 역을 제안받고 대본을 받아든 오현경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거다. 그러나 문영남 작가에 대한 신뢰가 그를 ‘왕가네 식구들’로 이끌었다.
“작가님이 그렇게 그리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그런 역을 통해서 저를 연기자로 거듭나게 해주시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본적으로 문영남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불만이니 뭐니 이런 생각하기 전에 그냥 잘 해보려고 해요. 저희 대본에는 애드리브가 없어요. 선생님이 다 쓰시는 거예요. 이 드라마는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가 끌고 가는 작품이라, 캐릭터가 제대로 살지 못하면 안 돼요.”
오현경은 이른바 문영남 사단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하나다. 아픈 상처를 딛고 재기할 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문영남 작가였다. 오현경은 문영남 작가에 대해 묻자 끝없는 칭찬을 늘어놨다.
“작가님과 ‘조강지처 클럽’을 1년 했죠. 선생님은 작업 분위기를 항상 따뜻하게 만들어 주세요. 한 번 함께 일했던 배우들에게는 다시 같이 일을 하던, 안 하던 애정을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여건을 만들어주시고 느끼게끔 해주시죠. 작품 하는 동안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하나가 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세요. 잘 못하는 친구들은 직접 선생님에게 배우게 하고, 조연 친구들도 회식을 통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잡아내시죠. 그래서 죽는 배역이 없는 거예요. 모두에게 다 기회를 주시거든요. 선생님과 함께 일하면 고마워하지 않을 사람이 없죠.”
 
그리고 오현경은 문영남 작가를 둘러싼 막장 논란에도 적극적으로 대신 해명했다. 그가 말하는 ‘왕가네 식구들’의 주제는 드라마 첫 회, 첫 장면에 등장하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라고 적힌 가훈이었다.
“선생님의 드라마는 편협하지 않아요. 늘 진지함 속에 사회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딱 집어내죠. 막장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 것도, 사실 어설퍼서는 안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그런 평가를 내리는 데에 휘둘리는 분도 아니시고요.”
그리고 오현경은 왕수박을 연기하며 조금씩 변하는 걸 느낀다고 밝혔다. 작품에 몰입하다보니 점차 왕수박이 돼 간다는 거다. 그런 말을 하며 수더분하게 웃어보이는 오현경은 왕수박이라고 하기엔 너무 털털했다.
“자꾸 변해요(웃음). 예를 들어 농담으로 막 주변사람들에게 지르기도 해요. 저더러 ‘왕수박 짓하냐’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왕수박을 미워하는 시청자들에 왕수박을 위한 변명을 한마디 부탁했다.
“다들 안에 수박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수박이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뭐, 미워할 땐 미워해야죠(웃음). 수박이가 사람들의 미움을 통해서 깨달을 날이 올 겁니다. 그 날을 기다려주세요.”
mewolong@osen.co.kr
최규한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