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맞닥뜨리는 고독은 어떤 느낌일까.
'왼손잡이' 같은 전복적인 곡에, '달팽이', '거위의 꿈'과 같은 불후의 명곡에, '다행이다' 같은 최고의 프러포즈송을 탄생시켜온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오는 15일 정규5집 '고독의 의미'를 발표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고독이 있겠지만 이번에 이적이 주목한 고독은 나이 마흔을 겪고 있는 남자의 복잡한 심경이다.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화창한 날에도 비가 내리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우울감과 상실감이 주를 이룬 노래. 묵직하게 깔리는 피아노 선율에 이적의 쓸쓸한 노래가 더해져, 또 한번 오래 남은 이별 노래가 탄생했다.

# "이번 앨범, '곡빨' 좀 받았다."
이적은 이번 앨범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13일 서울 반포동 모 카페에서 음악감상회를 연 그는 "사실 그동안 앨범을 보면 소위 '곡빨'을 받았을 때와 좀 힘들었을 때가 구분되는데, 이번에는 '곡빨'이 좀 받았던 케이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앨범 수록곡을 사전 모니터링한 결과 이 곡이 만장일치로 타이틀곡에 추천됐을 정도. 이적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재형씨가 평소 저한테 굉장히 까칠한 분인데, 타이틀곡을 들려줬더니 울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고마웠어요. 힘든 일이 많았나보죠?(웃음) 길씨는 스튜디오에서 이 곡을 접하고 무단으로 빼가서 자기 작업실에 가져다 놓은 후 놀러오는 여자들에게 계속 틀어줬다는 말도 했어요. 고맙다고 했죠.(웃음)"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 제목이기도 한 '고독의 의미'는 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주된 정서이기도 하다. 명랑한 사람도 센치하게 만드는 가을에 제격.
"앨범을 만들 때 그런 정서가 있었나봐요. 물론 일단 가족 생활은 매우 행복합니다.(웃음) 그것과 별개로 작업실에 혼자 이렇게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잖아요. 나이가 주는 고독감, 위기감. 예전에는 제가 저한테도 숨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서 고독하다 그러면 빨리 애 낳아라, 빨리 여자 만나라 했을텐데 이제 고독의 의미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 "제가 트렌디했던 적은 한번도 없어서."
명곡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지만 당장 음원차트 성적에 대해서는 이적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같이 우울감이 심한 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쓴 사례는 최근 들어 별로 없긴 했다.
"음원차트에 이런 곡이 들어가있는 게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전주부터가.(웃음) 그런 생각도 듭니다만 제 정서를 가장 잘 전달하는 곡이 타이틀곡이 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확 대단한 성적을 낼 것을 기대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듣게 되는 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이번에는 이적 스스로도 상투적인 느낌은 다 버렸다고 했다. 기존 곡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것.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도 최근 흥행 공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씨가 부를 노래를 만들면서 대중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긴 했어요. 그냥 폼만 나서도 안되고, 폼이 안나서도 안되고, 어려워도 안되고, 싼티가 나도 안되고. 이야기를 좀 더 설득력있게 하는 게 뭔지 고민케 하는 긍정적인 경험이었거든요. 그래도 이번 타이틀곡은 기존 음원차트 곡들과 함께 들으면 튀긴 할 거예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니까 이거를 하는 거죠. 사실 데뷔 때부터 제 음악이 그리 트렌디한 음악이 아니었어요. 패닉도 잘되긴 했지만 당시 톱10에 못들었는 걸요.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