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몰라?”라는 한마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개그우먼 맹승지가 ‘무한도전’에 이어 ‘라디오스타’까지 접수했다. 독하고 아픈 질문만 해대는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특유의 해맑고 솔직한 화법으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남았다.
맹승지는 지난 13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웃픈(웃기고 슬픈) 남녀’ 특집으로 임창정, 정성화, 최현우와 함께 출연했다. 이날 맹승지는 자신의 성형수술 전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MC들의 짓궂은 행동에 당황한 것을 제외하고 그 어떤 질문에도 꿈쩍하지 않고 콧소리 섞인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일명 백치 개그로 불리는 맹승지 표 개그는 단물 빠졌다는 맹승지의 친구의 말과 달리 여전히 웃겼다.
김구라가 “인사를 안한다”고 지적하자 “인사를 했는데 안 받으셔서 나는 인사를 받아줄 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니 했다”고 되받아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김구라가 “말이 세다”라고 인정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라디오스타’를 보지 못할 정도로 공개 코미디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 코너 회의 시간이 길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비효율적이다. 연습 시간으로 승부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랑과 험담 사이를 오고가는 이야기를 해서 안방극장을 폭소케 했다.
또한 전 남자친구가 유명 개그맨이라는 MC들의 질문에 왜 이 같은 소문이 퍼지게 됐는지 배경을 다 털어놨다. 특히 그는 “사람들이 내가 유명해지니깐 다시 사귀고 싶지 않냐고 묻더라. 공표하고 싶다. 내가 찼다”고 강조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출연료가 29만 원이라는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말도 하고, 비록 방송에는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 남자친구의 이름을 툭툭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순수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이 ‘무한도전’에 자주 출연하면서 김태호 PD와 인연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출연 전에는 잘 몰랐다. 처음 보고 스타일리스트인 줄 알았다”고 성역 없는 개그를 펼쳤다.
이날 맹승지의 이야기 방식은 평소 그의 성격대로 솔직했다. ‘라디오스타’는 MC들의 거칠고 투박한 질문에 당당하고 해맑게 답하는 맹승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방송이었다. 앞서 ‘무한도전’에서 선배 박명수를 비롯해서 게스트 천명훈, 존박 등을 당황시켰던 그가 ‘라디오스타’까지 마력을 뻗친 것. 물론 맹승지는 다른 게스트들에 비해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백치 개그의 장기인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그의 이야기가 유독 몰입도가 높았을 뿐이다.
맹승지는 ‘무한도전’에서 ‘오빠 나 몰라요?’라는 말 한마디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이날 방송 말미에 “1년 전에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할 줄 몰랐다. 1년 후의 나는 개그를 짜고 있을 것 같다”고 개그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진 그가 열정까지 갖췄으니 승승장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또 다른 예능사관학교인 ‘라디오스타’를 휘어잡은 맹승지가 앞으로 어떤 개그를 보여줄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