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메디컬탑팀’이 의학 드라마 불패 신화를 깨는 굴욕적인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그래도 배우들을 보는 맛은 여전하다. 그 중에서도 성공 욕구가 누구보다 강한 한승재를 연기하는 주지훈의 연기는 드라마의 허점을 채우고 있다.
주지훈은 이 드라마에서 그룹 회장의 혼외아들로서 회장의 맏며느리인 신혜수(김영애 분)와 병원의 권력구도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승재를 연기하고 있다. 협진팀인 탑팀이 운용되는 가운데 병원 내 권력 갈등과 사랑을 다루는 ‘메디컬탑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인 셈.
‘메디컬탑팀’은 지난 13일 방송된 11회에서 병원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재무이사 김태형(전노민 분)이 탑팀의 해체를 구상하면서 위기가 닥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승재는 탑팀을 성공리에 이끌어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병원을 장악할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 물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데도 의협심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환자보다는 병원과 자신의 입지를 더 많이 생각하는 인물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승재는 복잡한 성향의 인물이다. 따라서 극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이 연기하는 승재라는 인물을 파악하지 못하면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이 드라마가 초반에 극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무리한 캐릭터 설정과 개연성 없는 전개를 보이기도 했기에 연기를 하는 배우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물론 이제는 뒤늦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경쟁 드라마에 눈을 돌렸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상황에서 주지훈은 캐릭터를 흡수해 미세한 감정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크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승재의 속마음은 주지훈의 섬세한 연기로 안방극장에 이해도 높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11회에서 서주영(정려원 분)이 혜수와의 거래로 환자를 수술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의 미묘한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압권이었다. 주영의 행동에 미심쩍은 점을 알아차리고, 변심까지 파악한 승재의 철두철미한 성격은 주지훈의 몇가지 변화된 표정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됐다.
사실 주지훈은 드라마 ‘궁’에서 부족한 연기력을 질타받기도 했던 배우. 하지만 ‘마왕’, ‘다섯손가락’ 등을 거치면서 연기 경력과 함께 탄탄한 캐릭터 표현력과 영리하게 감정을 소비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주지훈은 어느새 크게 힘이 들이지 않아도, 드라마의 중심을 잡을 줄 아는 영민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이 드라마에서도 카리스마를 뽐내고 갈등을 표현하며 언제나처럼 제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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