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호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다가도 무표정의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처연한 슬픔을 담은 눈빛으로 누나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다. 똑같은 '재벌남' 연기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일찌감치 씻어냈고, 더욱 성숙한 연기로 호평 받고 있는 것.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 11회에서는 김탄(이민호 분)과 차은상(박신혜 분)이 김탄의 어머니 한기애(김성령 분)에게 마음을 들키며 위기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차은상은 그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던 최영도(김우빈 분)가 갑작스럽게 마음을 고백하자 당황했고, 김탄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김탄은 그러면서고 끊임없이 차은상에게 마음을 표현했고, 차은상 역시 김탄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영도에 이어 한기애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한기애는 김탄의 방에 심부름을 갔다가 장난을 치고 있는 차은상을 발견하고 화를 냈다. 이에 김탄은 한기애에게 차은상을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고, 한기애는 즉시 차은상의 어머니를 찾아가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여러 가지 사실로 놀란 차은상은 결국 집을 나와 친구 이보나(크리스탈 분)에게로 갔고, 김탄은 연락이 닿지 않는 차은상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차은상은 우연히 최영도를 만났고, 최영도는 김탄이 차은상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차은상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며 그를 도발했다. 김탄은 이에 지지 않고 차은상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차은상은 결국 최영도 앞에서 눈물을 삼키며 김탄을 거절했다.
'상속자들'은 이민호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중 이민호가 연기하고 있는 김탄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난 재벌가 자제지만 어머니에 대한 말 할 수 없는 비밀과 슬픔을 간직한 인물. 이민호는 한층 섬세해지고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김탄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탄앓이'를 양산해내고 있다.
특히 김탄은 이민호가 가지고 있는 팔색조 매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캐릭터. 이민호에게 숨겨진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웃음은 물론 냉소적인 모습과 차가움, 그리고 슬픔을 간직한 깊은 눈동자의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
차은상에게 돌직구로 마음을 고백하면서 최영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 등은 10대 특유의 아이 같은 모습을, 좋아하지만 계속해서 그를 내치는 형 김원(최진혁 분)에게 상처받았을 때는 감싸주고 싶은 연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약혼녀인 유라헬(김지원 분)을 차갑게 밀어내지만 상처받았을 친구를 걱정하며 따뜻하게 위로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오가고 있다.
또 과거 절친했던 친구인 최영도와의 팽팽한 대립에서는 카리스마부터 적절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섬세한 연기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김은숙 작가 특유의 재치 넘치는 대사 역시 맛깔나게 잘 살려주고 있다.
사실 이민호는 2009년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모든 것을 가진 '재벌남' 구준표를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상속자들' 출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민호는 첫 방송부터 보란 듯이 그에 대한 우려를 기대로 바꿔놓으며 탁월한 연기력을 입증했다. 어설픔이 묻어있던 '꽃보다 남자' 때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 이민호를 믿고 선택한 김은숙 작가의 안목이 탁월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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