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이번 FA 시장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다. 최대어로 손꼽히던 포수 강민호(28)에게 역대 최고대우를 해주면서 붙잡는데 성공했다.
롯데는 13일 강민호와 4년간 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총액은 75억원으로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11일 첫 만남에서 양측은 롯데에 남는다는 큰 틀은 정했고, 13일 구체적인 금액까지 합의에 성공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종전 FA 최고액은 2005년 심정수가 삼성에 입단하면서 받은 4년 60억원이었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강민호 계약 후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외부 FA 영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구단이었다. 2004년 정수근·이상목 듀오를 영입하면서 롯데는 총액 62억6000만원을 투자한 바 있고, 2011년에는 정대현·이승호를 한꺼번에 데려오며 총액 60억원을 선수영입에 쓰기도 했다. 비록 큰 성과를 남기지는 못한 영입이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라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했다.

이제는 좌완 불펜투수 강영식(32)만 잡으면 롯데는 올해 FA 시장에서 최소한의 임무는 완수하게 된다. 롯데와 강영식은 자팀 우선협상 기간 중 두 차례 만나 의견을 조율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이라는 기간에는 합의했지만, 금액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배 단장은 "강영식 선수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만큼 반드시 계약을 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제 우선협상 기간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롯데는 자팀 FA를 잡는데는 미숙했다. 2011년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베테랑 투수인 임경완을 놓쳤고 조성환과는 협상 과정에서 잡음을 낳았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홍성흔과 김주찬을 모두 놓치면서 올해 성적 하락과 흥행 실패를 감수해야 했다. 현 FA 제도는 구단이 자팀 FA를 잡기에 유리한 구조이기에 구단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강영식은 롯데 전력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선수다. 롯데로 팀을 옮긴 2007년 이후 매년 50경기 이상 출전하며 불펜을 지켰다. 7년 동안 강영식이 출전한 413경기는 같은 기간 모든 선수들 가운데 출전수 1위 기록이다.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 왔기에 달성이 가능했던 기록이다.
강영식은 올해 55경기에 출전, 1승 3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원포인트와 필승조를 오가며 39⅔이닝을 소화한 강영식은 롯데 불펜에 짜임새를 더해줬다. 강영식이 없었더라면 남은 좌완투수인 이명우에게 더욱 큰 부담이 지워졌을 것이다. 안 그래도 2년 연속 최다출장을 기록한 이명우다. 게다가 아직 젊은 좌완투수들의 성장속도가 더뎌 아직 강영식은 롯데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도 "강영식이 없다면 남는 좌완은 이명우 뿐"이라고 말한다.
시장상황도 강영식에게 나쁘지 않다. 어떤 팀이건 강영식과 같이 매년 50경기 이상 출전 가능한 좌완 불펜이 필요하다. 좌완 불펜투수 역시 기근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모 구단은 강영식과 롯데의 협상 진행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강영식은 "롯데 잔류가 최우선"이라며 팀에 애정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강영식은 지난 3년 동안 FA를 선언하지 않고 팀에 헌신했다. 강영식이 3년 동안 받은 연봉은 총 9억원, FA 자격이 주어진 2011년 FA 신청을 했다면 그 액수보다는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강영식은 묵묵히 3년 동안 마운드를 지켰고, 롯데는 3억원이라는 연봉으로 그에게 답례했다.
롯데가 강영식까지 붙잡는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17일부터 시작되는 외부 FA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 강민호 잔류로 큰 산을 넘은 롯데가 강영식까지 붙잡으며 수 년째 이어진 '집토끼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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