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다음 협상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기준선이 드러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강민호(28)가 ‘75억 원’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만든 가운데 이는 SK와 정근우(31) 협상에서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근우 또한 ‘4년 60억 원’이었던 심정수의 역대 FA 최고액을 뛰어넘는 금액이 유력해졌다.
올해 FA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던 강민호는 13일 원 소속구단 롯데와 4년간 75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 올해 FA 계약 1호로 기록된 강민호의 계약은 2005년 심정수가 삼성과 맺은 종전 FA 역대 최고액(4년 6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프로야구 신기록이다. 드러나지 않은 몇몇 계약 조건을 합치면 80억 원 이상의 돈뭉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민호의 계약은 프로야구 역사를 썼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다른 FA선수들에게 명확한 기준선이 됐다. 최대어인 강민호가 75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나머지 선수들의 몸값도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FA시장에 남아 있는 구단과 선수들로서는 계산이 편해진 느낌도 있다. 강민호의 금액 아래로 서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SK와 정근우의 계약에도 마찬가지다. 양측은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1일 첫 만남에서 서로의 대략적인 생각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 오고간 13일에는 뚜렷한 온도차를 확인했다. 4년 총액 기준 10억 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 야구계의 관측이다. 정근우의 생각을 직접 접한 SK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내부 회의를 거쳐 15일 세 번째 만남에서 다시 금액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근우는 11일 첫 만남에서 “FA 최고 레벨이 되고 싶고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강민호에 버금가는 대우를 원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강민호의 몸값이 정해졌다. 75억 원은 협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최고 레벨’을 공언한 정근우는 적어도 70억 원 가량의 몸값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SK가 그 금액을 맞춰줄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남아있다.
이는 SK가 FA시장 돌입 당시 생각했던 몸값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그러나 SK로서도 정근우는 놓칠 수 없는 선수다. 마지막 베팅액은 이 수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근우 또한 심정수의 4년 60억 원 돌파는 매우 유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SK와 정근우의 협상이 결렬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시장에는 정근우를 노리는 몇몇 팀이 있다. SK의 제시액 이상을 준비할 공산이 크다. 그 금액의 현실성과 가치 판단을 떠나 정근우의 연봉 대박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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