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철통보안이었다. KT라는 대규모 기업 속에서도 몇몇 관계자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유니폼은 그런 철저하면서도 세심한 과정을 거친 끝에 세상과 만났다.
KT 위즈는 14일 광화문 KT 올레 스퀘어에서 구단 BI(Brand Identity) 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 퓨처스리그, 그리고 2015년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는 KT의 구단 심볼 및 엠블럼, 그리고 홈·원정 유니폼이 차례로 공개됐다. 그간 구단의 상징이 마땅치 않았던 KT가 자신들을 대변할 하나의 정체성을 찾은 셈이다. 구단 역사에서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유니폼이었다. KT 선수들은 지금까지 임시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했다. 신경은 썼지만 아무래도 임시 유니폼이다보니 여러모로 ‘멋’이 나지 않았다. 팬들의 반응도 그다지 신통치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날 KT는 야심차게 준비한 홈·원정 유니폼을 발표하며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홈 유니폼은 흰색, 원정 유니폼은 검정색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KT야구단이 아닌 그룹 본사가 직접 나서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룹 내 디자인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머리를 맞대 지난 몇 달간 여러 가지 시안이 오고갔다. 유니폼 디자인은 한 번 정하면 대폭적인 수정을 가하기 어려운 구단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신중을 거듭했다.
정보통신과 관련된 기업답게 보안도 철저했다. 업무상 KT 유니폼을 확인해야 했던 관계자들은 모두 매번 보안각서를 썼다. 외부유출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구단 직원들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선수단 내에서는 조범현 감독도, 나도현 운영팀장도 확인하지 못했다. 선수단 및 구단 프런트들은 14일 BI 발표식 이후에나 자신들이 앞으로 입을 유니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표 장소를 연고지 수원이 아닌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진행한 것도 보안과 연관이 있었다. 당초 KT는 수원에서 행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연고지 팬들과 호흡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날부터 행사장을 꾸며야 하는 상황에서 역시 보안이 문제가 됐다. 가장 믿을 만한, 그리고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고 그룹 내 행사가 열리는 올레스퀘어가 최종 낙점됐다.
당초 이 유니폼과 구단 로고는 11일로 예정됐었던 창단식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룹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창단식은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유니폼도 발표 시기가 늦어질 뻔했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유니폼이 어떤 루트를 통해 사전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다. 김이 빠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KT는 별도의 일정을 잡아 BI부터 먼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KT의 유니폼은 그렇게 꽤(?) 복잡한 과정을 통해 팬들 앞에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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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