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간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심재민(KT)은 그 진리를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당장의 현실보다는 좀 더 멀리 내다보며 뛰는 심장을 다독거리고 있다. 어린 선수에게서 ‘에이스’의 침착함이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고교 최대어 중 하나로 손꼽히며 KT의 2014년 신인드래프트 우선지명을 받은 심재민은 현재 KT의 남해캠프에서 재활 중이다. 팔꿈치 수술 때문이다. 개성고 시절 고교야구를 호령하는 특급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팔꿈치에 탈이 났다. 결국 입단과 동시에 큰 결단을 내렸다. 미국에 건너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어린 투수에게 조금은 가혹한 현실이었다. 프로 생활을 힘차게 시작하겠다는 당찬 구상도 조금 미뤄졌다.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심재민은 귀국해 지난달 17일부터 재활에 돌입했다. 재활 과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수없이 좌절의 문턱에 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프로에 입단한 선수라면 더 그렇다. “어차피 해야 할 수술이라면 빨리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심재민이지만 “수술을 하고 재활을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지는 몰랐다”고 했다. 이를 바라보는 조범현 KT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재활 과정뿐 만이 아니다. 가장 앞서 지명을 받았지만 지금은 동기들이 뛰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하는 심재민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라는 조급함이 심재민의 팔꿈치를 또 괴롭힌다. 심재민도 “뛰고 싶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구단은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심재민이 관중석에 앉아 연습경기를 보는 것조차도 금지시켰다. 훈련 일정도 있지만 행여 생길 과욕을 방지하는 차원도 있다.
그만큼 KT가 심재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팔꿈치 부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지명을 주저하지 않았다. 차세대 KT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 심재민도 이를 알고 있다. 미국까지 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구단의 배려에 감동했다. 재활 과정에서도 코칭스태프들의 따뜻한 격려가 이어진다. 심재민은 “하면 잘할 수 있다, 치료하면 더 좋아진다 등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를 갚는 길은 완벽한 재활 후 다시 마운드에 서는 것이다. 훈련의 강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심재민은 현재 어깨와 허리 보강 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러닝도 가능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팔꿈치 근력 운동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심재민의 설명이다. 심재민은 “재활은 급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천천히 가겠다. 8월에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몸 상태를 찾으면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적 훈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심재민은 “제구력, 변화구 제구력, 경기 운영, 그리고 상대 타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까지 모두 중요하다”며 속내를 꺼냈다. 그리고 “부상 없이 1군 엔트리에 붙어있는 것이 목표다. 나중에는 15승도 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내내 수줍었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에이스의 본능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는 엄연한 전략이다. 심재민이 그런 길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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