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라는 선수를 떠올렸을 때, 모두와 함께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초롱이' 이영표(36)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영표는 지난 달 28일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13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즌 최종전 콜로라도 라피드와 경기서 2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영표는 한국 축구가 낳은 전설이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좌측면은 줄곧 그의 몫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06 독일월드컵 본선행,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이끌었다. A매치 출전 기록도 127경기(5골)로 홍명보(136경기)와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분데스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미국에서 자신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영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깊은 좌절과 약간의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을 지나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과 미안함이 함께 생긴다"며 "언젠가 한번쯤은 축구팬 여러분께 미안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2000년대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비에 있었고 나는 그 중심에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나 때문에 진 경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지난 축구인생을 돌이켰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태극마크를 달고 뛴 155경기는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덧붙인 이영표는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축구다. 하지만 태극마크에 손을 올릴 때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내가 아닌 우리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이상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27년간 충분히 열심히 했기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선수생활 은퇴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영표는 그의 별명 '초롱이'처럼 웃었다. "6년 동안 은퇴를 준비할 때 동시에 준비한 것이 있다. 사람들이 나를 잊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이미 적응이 끝났다"며 잊혀질 것을 미리 준비했다는 이영표는 "만약 나를 기억해주신다면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혼자 즐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함께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이영표라는 선수를 떠올렸을 때, 모두와 함께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인 이영표는 한국 축구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로서 그라운드와 완전히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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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