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은퇴' 이영표, "준비하는 내내 혼자 많이 울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11.14 10: 59

"은퇴 준비하는 내내 혼자 많이 울었다."
물기 하나 없는 담담한 표정 뒤에는 은퇴를 준비해온 시간의 무거움이 담겨있었다. '초롱이' 이영표(36)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영표는 지난 달 28일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13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시즌 최종전 콜로라도 라피드와 경기서 27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영표는 한국 축구가 낳은 전설이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의 좌측면은 줄곧 그의 몫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06 독일월드컵 본선행,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이끌었다. A매치 출전 기록도 127경기(5골)로 홍명보(136경기)와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분데스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미국에서 자신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이영표는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 깊은 좌절과 약간의 성공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을 지나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생각하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감사함과 미안함이 함께 생긴다"며 "이제 더이상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게도 느껴지지만 27년간 충분히 열심히 했기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고 은퇴사를 전했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자 거침없는 도전정신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철인'으로 통한다. 27년에 걸친 긴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초록빛 그라운드에서 완전히 떠나는 순간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영표는 이날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내비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이영표가 처음 은퇴를 결심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긴 시간 동안 은퇴를 고려하며 자신의 축구인생을 돌이키고 되새겼다. 그 동안의 시간 곳곳에 눈물이 배어있었다. 이영표는 "처음 은퇴 생각했을 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결심했을 때 저보다 주변의 분들이 더 아쉽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했고, 그래서 마음 편하게 웃으며 은퇴할 수 있었다"며 은퇴를 결심하기까지의 고뇌를 내비쳤다.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결심 뒷면에 눈물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영표는 "은퇴 준비하는 내내 혼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아쉬워서 흘린 눈물은 아니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감사함과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이영표는 "과거 27년을 돌아보니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에게 받은 만큼의 도움 준 것 같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생각 때문에 아내 몰래 혼자있을 때 눈물이 나더라"며 "그 전에 많이 울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울지 않기로 했다"고 마른 눈으로 은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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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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