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폭등하고 있다.
올해 FA 최대어로 주목받은 롯데 포수 강민호는 지난 13일 4년 총액 75억원에 재계약였다. 지난 2004년 시즌 후 현대에서 삼성으로 옮긴 심정수의 4년 총액 60억원을 9년 만에 경신하는 역대 FA 최고액. 당시 심정수는 연간 마이너스 옵션이 2억5000만원이었지만, 강민호는 옵션없이 75억원 모두 보장된 액수다.
강민호의 FA 대박을 계기로 나머지 특급 FA 선수들의 기대치도 한껏 상승했다. 강민호 이후로 아직까지 누구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삼성 투수 장원삼, SK 내야수 정근우, KIA 외야수 이용규 등은 원소속팀과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시장에 나올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도 각 포지션별로 역대 FA 최고액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FA 시장은 6명의 선수가 국내 타팀으로 이적하며 총 261억5000만원의 계약액이 나온 지난 2011년 겨울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FA 시장 과열로 몸값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분위기.
야구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택근과 김주찬을 기점으로 FA 선수들의 몸값이 크게 상승했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에서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택근과 김주찬 이후로 시장 가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지난 2011년 시즌 후 LG를 떠나 친정팀 넥센과 4년 총액 50억원 깜짝 대박 계약을 맺었다. 옵션은 연간 1억5000만원으로 순수 보장액만 44억원에 달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이택근의 가치가 높은 건 사실이었지만, 50억원이라는 액수는 파장을 일으켰다.
이택근의 경우 친정팀 넥센의 컴백이라는 특수한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에서 KIA로 옮긴 김주찬의 4년 총액 50억원은 이보다 더 큰 충격을 줬다. 김주찬은 연간 옵션이 1억원으로 순수 보장액이 무려 46억원. 김주찬도 뛰어난 선수인 것은 맞지만, 리그 탑클래스 수준은 아니었기에 '오버페이' 논란이 일어났다.
이택근-김주찬에서 촉발된 FA 시장 가격 폭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자생력이 없는 야구단에서 이렇게 선수 지출이 크다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또 다른 야구 전문가는 "결국 구단들이 초래한 일이다. 당분간 FA 선수들의 몸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내년 시즌 FA 시장에 나올 SK 내야수 최정이 강민호의 기록을 갈아치울 만한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하나의 흐름이자 추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택근과 김주찬의 50억원 FA 대박은 한국프로야구 시장에 있어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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