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강성의 이미지가 짙었던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골든 이글스 감독이 자세를 낮췄다. 과거 한국과의 대결마다 이른바 '호시노 독설'로 도마 위에 올랐던 모습은 온대간대 없었다.
호시노 감독은 14일 오후 대만 타이중 스플렌더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 미디어 데이를 통해 "목표는 지금 말하기가 힘들다. 아시아시리즈에 처음 참가한다.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호시노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에 대한 물음에 "삼성은 여러 번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했고 2011년 아시아 시리즈 우승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키나와 캠프 때 삼성과 연습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팀"이라며 "우리 팀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삼성과 좋은 승부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지금껏 알려진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호시노 감독이 '몸을 사린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자세를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 기선 제압 차원의 독설을 퍼부어봤자 효과가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 국내 선수들은 일본과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상대의 공격성 발언 속에 결속력이 더욱 강해진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그랬었다. 당시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호시노 감독은 김경문호를 향해 몇 차례 독설을 퍼부었으나 메달 획득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독설을 퍼붓는 만큼 상대의 승부욕은 더욱 강해진다는 걸 몸소 느꼈다고 보면 될 듯.
라쿠텐 또한 최상의 전력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호시노 감독이 "아시아 시리즈에 처음 참가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시리즈는 베이징 올림픽과 같은 국가 대항전에 비해 친선 경기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리그 챔피언끼리 부담없이 즐겨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굳이 고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자극적인 발언을 차단하기 위한 통역 담당 직원의 수위 조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됐든 '강성' 호시노 감독가 자세를 낮췄다는 건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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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