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이 호평 속 종영했다. 특히 살아있는 캐릭터의 향연은 격정 멜로 '비밀'에 끊임없이 사건이 몰아치고 매 순간이 등장인물의 흘러넘치는 감정신인 와중에도 16회 동안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억척 순정녀에서 사랑을 위해 희생,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져 발버둥 치는 유정(황정음 분)과 한 여자를 향한 분노의 감정이 집착과 사랑으로 발전하는 재벌 2세 민혁(지성 분), 정의를 꿈꿨지만 욕망 앞에 무너지고 무릎 꿇은 도훈(배수빈 분), 가질 수 없는 사랑에 결국 가시돋힌 붉은 장미로 돌변하는 세연(이다희 분) 등의 캐릭터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폭풍 같은 전개를 보여준 '비밀' 안에서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하지만 배우 이다희가 보여준 평면적인 연기는 아쉬웠다는 평이다. 이다희가 연기한 세연은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태어났지만 단 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었던 민혁을 갖지 못하고 결국 그 마음이 애증으로 돌변해 독기를 품었던 인물. 이다희는 민혁에 대한 애증, 갈망, 분노와 민혁을 놓아주고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감정선에 따라 시시각각 변모해야 했지만, 매 순간 같은 표정과 같은 톤의 대사가 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민혁의 유정을 향한 진심이 담긴 눈빛을 읽고는 더욱 어둡고 치명적으로 돌변하는 세연 캐릭터의 옆에는 욕망을 위해 접근했지만 후에는 진실한 마음까지 내비쳤던 도훈이 버티며 유정-민혁 커플과의 팽팽한 대립구도를 끝까지 끌고 갔지만, 이다희는 세연의 불안한 심리를 욕망을 상징하는 붉은 와인을 들고 비틀거리는 행동 등으로 표현하는데 그쳐,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별다른 차별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평이다.
때문에 세연 캐릭터는 극에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인 지희(양진성 분)의 빗길 교통사고 죽음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복선을 가지고 가며 민혁과 유정, 도훈의 관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음에도 별다른 긴장감을 조성하지 못했다.
이는 '연기 대결을 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모을 정도로 매회 퉁퉁 부은 눈으로 울고 웃던 황정음과 지성이 진실과 마주하고 분노를 폭발해내던 모습, 또 욕망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배수빈이 내면의 악마를 마주하고 지었던 비열한 웃음 등으로 치열하게 극을 장악할 때 이다희는 시청자의 관심에서 한 발 옆으로 물러나는 결과를 안았다.
한편 '비밀' 후속으로는 장근석, 아이유, 이장우, 한채영 등이 출연하는 '예쁜 남자'가 오는 20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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