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에서 배운 것은 '존경'입니다."
별명이 '큐티가이'다. 자신이 소개서에 그렇게 써 넣었다. 233cm-170kg의 거인인 커티스 존슨(33)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다.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존슨은 어릴때 부터 많은 운동을 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하부리그인 아메리카농구협회(ABA)와 중국프로농구(CBA)에서 뛴 적이 있는 농구선수 존슨은 야구, 레슬링, 크로스 컨트리 등 많은 운동을 했다. 운동선수를 그만둔 후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할렘 매직 마스터스에서 10여년 동안 활약했다.
존슨의 방한은 이번이 3번째로 그가 씨름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나이트클럽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던 뉴저지에서 열렸던 미주지역 한인체육회에 선을 보인 씨름대회가 계기였다.
"씨름대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구의 장사들이 힘을 겨루는 모습에 매료됐다. 특히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임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이 넘쳤다. 씨름은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빠른 스피드가 씨름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한 존슨은 손가락을 쉴새 없이 흔들면서 씨름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언뜻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존슨의 이야기는 정확하다. 짧은 시간안에 상대를 넘어 트리기 위해서는 맹렬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힘을 겨루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면서 승리를 챙기는 것이 씨름이다. 존슨은 거구들이 내뿜는 폭발적인 스피드에 매료되어 씨름을 배우고 있다.

김병현 대한씨름협회 부회장(전 미국 뉴욕씨름협회장)의 주선으로 2011년 세계친선씨름교류전에 출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던 그는 이후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씨름천하장사대회에 선수로 나서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그는 새롭게 눈을 떴다. 씨름과 한국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있다.
2013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 참가하는 존슨은 이미 지난 7일부터 한국에 입국해 훈련에 임했다. 미국 대표단과 함께 방한한 그는 그는 지난 11일 서산으로 내려왔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리는 것도 존슨에게는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다. 미국 남부출신인 존슨은 어릴적 시골에서 자랐다. 그만큼 가족의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한국의 시골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과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가족들과 서로 존중하며 살았던 기억을 씨름과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되살리고 있는 것. 서산 뿐만 아니라 대회가 열렸던 전남 광양 등을 방문하면서 더욱 즐거운 기억을 만들고 있다.
"어린시절 기억이 많이 난다. 고향에 대한 기억 뿐만 아니라 가족안에서 가졌던 가치들도 씨름에서 배우고 있다. 모래판, 상대선수, 심판 등 모든 것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씨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상대를 무너트리며 승리를 챙기는 것이 씨름의 전부가 아니다. 예의를 배우고 상대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진정한 씨름이라고 생각한다".
존슨이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에서 씨름의 부흥을 만드는 것이다. 고향의 기억,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우고 있는 존슨은 동양적 가치가 풍부한 씨름을 미국에서 새로운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였다. 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그는 "씨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내가 배운 것을 다른 미국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씨름의 매력은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면서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이번 대회 모든 부분에 출전중인 존슨은 14일 열릴 국제교류전에서 살짝 망신을 당했다. 자신의 절반(177cm, 75kg)밖에 되지 않는 한국 선수와 접전 끝에 패했다. 특히 마지막 3번째 판에서는 시종일관 밀어치기를 시도하다 뒤집기로 역습을 당했다.

그러나 존슨은 상대의 등에 뭍은 모래를 털어주며 우정을 확인했다. 또 카메라를 향해서는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거인은 그렇게 씨름과 한국의 문화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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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