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상징하던 선수들이다. 센터라인을 지키던 주전 내,외야수들과 클린업트리오 한 축을 도맡던 중추 타자. 그러나 지난해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연봉 삭감 통보에 도장을 찍는 등 예비 프리에이전트(FA) 수혜를 받지 못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자신의 공헌도를 인정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원 소속팀은 젊은 야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 2년 간 그 대체자들로 시즌을 상당 부분 치렀다. 손시헌(33)-이종욱(33)-최준석(30) 세 명의 FA들과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밀고 당기기는 이유가 있다.
16일 우선협상기간 종료일을 앞둔 가운데 두산은 세 명의 FA들과 아직 확실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손시헌은 2003년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이래 오랫동안 팀의 주전 유격수로 내야를 지키며 두 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프랜차이즈 내야수. 이종욱은 2006년 현대 방출 후 두산에 둥지를 튼 뒤 팀은 물론 국가대표 외야수이자 부동의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다. 최준석은 2006시즌 중 롯데에서 이적해 온 뒤 김동주-김현수와 함께 2000년대 후반 팀 클린업 트리오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나란히 부상과 슬럼프로 허덕이며 예비 FA 특혜를 누리지 못했다. 대체로 FA를 1년 앞둔 선수들에 대해 타 팀에서는 이적 시를 대비, 보상금액을 높이기 위해 최악의 부진이 아닌 이상 연봉을 높여주거나 가능한 한 보전해주었다. 그러나 두산의 지난해 방침은 ‘그런 거 없다’. 손시헌은 발목 부상, 손가락 골절상으로 인해 지난해 2할4푼6리 5홈런 31타점으로 아쉬움을 샀고 이종욱은 2할4푼 39타점 21도루, 최준석은 2할5푼 6홈런 30타점에 그쳤다. 셋 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이 된 이래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본격 기준점인 올 시즌. 이종욱은 110경기 3할7리 6홈런 52타점 30도루로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올렸다. 반면 손시헌은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후반기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후배 김재호에게 내주고 93경기 2할5푼2리 1홈런 26타점에 그쳤다. 최준석은 오재일과 플래툰 4번 타자로 출장해 100경기 2할7푼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아쉬움이 있었으나 포스트시즌 16경기서 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떨어지던 몸값을 스스로 끌어올렸다.
세 명의 FA 모두 타 구단들이 노리는 준척급 선수다. 이종욱은 정근우(원 소속 SK), 이용규(원 소속 KIA)와 함께 리그 굴지의 톱타자 중 한 명이며 손시헌은 수비 범위가 광활하지는 않지만 정면 땅볼 타구 처리가 능숙한 강한 어깨의 유격수다. 최준석은 일발장타력을 갖춘 데다 당겨치기는 물론 밀어치는 능력도 갖춘 장거리 타자다. 몇몇 지방 구단들이 이 세 명을 전열에 가세시키기 위해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한 17일을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외부 시장에 나왔을 때 미아는 되지 않을 선수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산과 세 선수가 ‘남고 싶다’-‘남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되뇌고 있으나 서로 갑이 되어 밀고 당기는 형국이라는 점. 선수들이야 시장에 나가면 다른 팀에서 노릴 만한 만큼 갑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으나 구단 입장에서도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정도로 간절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대안에 대한 계획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세 선수의 공백이 생겼을 때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이종욱의 1번 타자 자리. 수비 쪽에서는 정수빈이 대안으로 나설 수 있다. 현재까지의 선구안과 출루 능력 면에서는 정수빈이 이종욱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지만 구색을 맞출 수 있는 타자다. 손시헌의 자리는 이미 김재호가 지난 2년 간 공백을 잘 메웠으며 최준석의 자리도 오재일이나 우타 거포 윤석민, 혹은 새로 가세할 외국인 타자가 채울 수 있다.
특히 두산은 재능 있는 젊은 야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타 팀이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을 차릴 때 1순위로 꼽히던 팀이다. 올 시즌만 해도 외국인 투수, 검증된 계투 요원을 놓고 두산의 주전급 백업 야수를 노리는 팀이 한 둘이 아니었다. 상징성을 갖춘 야수들이 빠져나가면 팬들의 비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향후 3~5년도 살펴야 한다.
세 선수를 모두 잡더라도 이들이 계약 4년 간 부상과 기량 저하 없이 꾸준하게 위력을 떨친다는 100% 보장도 없다. 이미 지난해부터 야수진의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두산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단 만약 두산이 세 명의 FA들과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모두 떠나보낼 경우 보강이 시급한 계투 충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선수들을 제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고 싶어한다. 특히 지난해 예비 FA 특혜를 받지 못하고 삭감 통보에 울며 겨자먹기로 도장을 찍었던 만큼 정든 팀으로부터 그에 대한 금전적, 심리적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 특히 FA 재계약은 기대치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공헌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구단 금액 책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구단은 믿는 구석과 앞으로 찾아올 세대교체 파도를 감안해 을이 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산과 FA 3인방의 밀당.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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