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눈물을 보인 이민호든, 처음으로 소리를 지른 김우빈이든 누구라도 좋을 것 같다.
현재 이민호와 김우빈은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각각 차은상(박신혜 분)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탄(이민호 분), 최영도(김우빈 분)로 분해 열연하고 있다. 탄을 자극하기 위해 은상에게 접근했던 영도는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지배하는 은상의 존재를 깨달았고, 탄은 처음부터 꾸준한 돌직구 고백으로 은상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스코어로는 탄의 압승이지만, 매력덩어리 영도가 이렇게 맥 없이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상속자들’은 본격적으로 점화된 은상, 탄, 영도의 삼각 로맨스로 물들었다. 탄은 은상을 향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서자로 태어난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유라헬(김지원 분)과의 약혼이 파토가 나고, 그룹 상속자라는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탄은 주저하지 않았다.

친엄마인 한기애(김성령 분)와 한집에 살면서도 아버지의 본처 정지숙(박준금 분)의 아들로 살아왔던 탄. 그는 라헬과 라헬의 어머니 이에스더(윤손하 분) 앞에 기애를 데리고 나와 “우리 엄마”라고 소개했다. 예상대로 집안은 엉망이 됐고, 이후 탄은 은상이 일하는 카페 앞으로 찾아갔다. 그는 은상을 보자마자 큰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궜다. 큰 표정 변화 없이 흐르는 눈물만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고통을 표현하려는 듯한 오열이었다. 이 모습을 본 은상은 함께 울며 그의 아픔에 동의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18년 인생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영도다. 항상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상대의 약을 바짝 올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영도가 처음으로 은상 앞에서 화를 냈다.
이날 영도는 은상의 어머니가 탄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상은 이 소식을 어머니로부터 전해듣고 그를 찾아갔다. 하지만 영도는 은상이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잔치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해맑게 웃던 그는 “애들한테 말할 거면 말하고 괴롭힐 거면 괴롭혀라. 나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은상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
그는 “내가 뭘 어떻게 하냐. 난 내 상처도 어떻게 할지 모른다. 그런데 네 상처를 어떻게 하냐. 난 그냥 네가 가서 쓸쓸했고 돌아와서 좋았다. 그리고 네 비밀은 무겁고 그냥 그렇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했냐”고 소리를 지르며 서운해했다. 이제껏 능글능글한 미소로 “잔치국수나 먹으러 가자”고 했던 영도가 “너하고 못 놀겠다”며 등을 돌리며 적극적으로 감정을 전달했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탄은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속에서 성장했지만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으로 가슴 앓이를 했다. 용기를 내서 진실을 밝혔지만 돌아온 건 "잘했다"는 칭찬이 아니라 "왜 그랬냐"는 강도 높은 질책이었다. 하지만 탄은 사랑을 위해, 가족을 위해, 행복을 위해 대단한 결심을 했다.
이는 영도도 마찬가지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상처만 받고 자랐던 영도는 은상이 좋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주변만 맴맴 돌고 있다. 더군다나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미움으로 매도하는 은상 떄문에 억울하기까지 하다.
이럴 경우 시청자들의 마음은 한 곳을 향하기 마련이다. 각자 이런 저런 이유들로 한 캐릭터를 편들 법도 하지만 '상속자들'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방송 후 온라인에 개설된 시청자 게시판에는 각 캐릭터를 응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은상, 누구를 고르든 최선이고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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