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놀랄 만한 시즌 운영 방안을 내놓았다. 모든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타순과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대부분의 타순은 예상이 가능한 범위였다. 그러나 한 군데 정말 파격적인 곳이 있었으니 바로 홈플레이트를 지키는 포수 자리였다. 염 감독은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제대한 포수 박동원(23)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웠다. 지난해 주전으로 뛴 허도환(29)에게는 백업의 자리가 주어졌다.
이제 겨우 주전으로 빛을 보는 듯 했던 허도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충격을 받는 대신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결국 후반기 다시 주전 포수는 허도환으로 돌아왔다. 허도환은 올 시즌 타율은 2할1푼5리에 그쳤으나 116경기에 나오며 리그 전체 포수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다.

지난 14일. 시즌을 마치고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간 허도환에게 당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 그러나 그는 염 감독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허도환은 "감독님께서 정하셨다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경험 등 나의 장점을 믿었다. 기회가 오면 잘 잡자고 생각했고 그 기회가 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허도환은 4월 13경기에 나와 무려 25타수 10안타 타율 4할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른손을 다치는 등 잇단 잔부상이 이어지면서 타격감이 다시 떨어졌다. 그는 "시즌 초반 타격이 잘돼 80점이었는데 후반기에 타율이 다시 하락하면서 50점이 깎였다. 그래도 팀이 포스트시즌까지 겪어봤으니 10점 보태 올 시즌에 40점을 주고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수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허리, 골반 등 코어 근육 강화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허도환은 "허리 근육이 좋아지면 팔이 먼저 나가는 스윙을 막을 수 있고 송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타격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레 기대감을 비쳤다.
올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넥센은 앞으로 더 기대되는 팀으로 꼽히고 있다. 팀 전체의 스타 선수와 유망주들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안방마님의 역할이 크다. 허도환은 "내년에도 외국인 투수들이 잘해줄 것 같다. 우리 팀 멤버는 리그 탑클래스다. 다시 팀을 위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시즌 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던 데에는 두 번의 신고 선수 입단이라는 경험과, 그럼에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믿었던 마음이 있었다. 허도환은 그렇게 자신의 생명력을 보여주며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그가 그 동안의 고생을 넘어 한 번 더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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