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입에서는 시쳇말로 곡소리가 난다. 신체적으로는 극한의 상황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굴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반짝이는 눈빛,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kt 위즈 선수들의 꿈을 향한 도전이 남해를 뒤덮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으로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하는 kt는 선수단 조련에 한창이다. 신인드래프트, 그리고 공개 트라이아웃 등을 거쳐 선수를 수급한 kt는 지난 10월 1일부터 남해스포츠타운에서 강훈련에 여념이 없다. 2009년 KIA를 우승으로 이끈 조범현 감독의 지휘 하에 모든 선수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고된 훈련이지만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자신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렇게 이제 남해캠프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외부와는 고립된 생활이다. 고등학교, 그리고 이제 대학교 유니폼을 갓 벗은 선수들이 대다수인 kt는 철저히 야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마치 보직이 야구인 군대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와 간단한 개인정비를 마치고 오전 8시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쉬는 시간은 거의 없다. 로테이션으로 빡빡하게 돌아간다. 해가 떠 있는 도중에는 점심식사 시간이 거의 유일하게 몸을 가눌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오후 훈련을 마치면 다시 저녁 식사와 샤워를 하고 야간훈련이 시작된다. 훈련장과 숙소와의 거리는 기껏해 봐야 1~2분 남짓. 꾀를 부릴 틈도 없다.

수장인 조범현 kt 감독이 “여기서는 재밌는 일이 있을 수가 없다”라고 인정할 정도다. 조 감독은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면 야간훈련이 시작된다. 날씨가 추운데도 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라며 선수들의 일상을 설명했다. 이런 생활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으니 선수들이 지루해 할 수도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선수들 누구도 이런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칭스태프의 열정을 따라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다.
코칭스태프도 인내와 헌신이라는 두 단어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실 프로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코치들 눈에는 선수들의 기량이 마음에 들지 않을 법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기로 했다. 때로는 채찍을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따뜻한 손을 내밀면서 선수들이 낙오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1분이 멀다하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지만 kt 남해캠프가 지금의 전열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힘이다.
그렇게 40일이 넘게 흘렀다. 입대한 선수들을 뺀 48명의 선수들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이제 조금씩 프로선수의 티도 난다. 첫 훈련 당시까지만 해도 형편없었던 선수들의 체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칭찬이다. 기술적인 측면은 아직 여물지 않았지만 그 어떤 팀보다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이 바로 kt다. 쑥쑥 자라나는 선수들을 보면서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도 힘이 난다. kt 위즈라는 전체 조직은 그렇게 꿈과 희망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
이제 남해캠프는 17일로 종료된다. 조범현 감독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팀·훈련 분위기가 잘 잡혀가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결산을 남겼다. 비록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kt의 2013년 남해캠프는 팀의 기틀을 만들었던 하나의 초석으로 영원히 기억될 전망이다. 남해와 작별을 고하는 kt 선수들은 18일과 19일 짧게 휴식을 취한 뒤 20일 본격적인 기술 훈련이 기다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