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극본 유보라, 최호철 연출 이응복, 백상훈)이 남긴 것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배우 황정음의 재발견이다. 드라마의 방송 내내 애틋한 모성애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정신을 발휘했던 그는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눈물 연기로 ‘비밀’ 시청률 상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 마지막 회는 악행을 저질러왔던 안도훈(배수빈 분)이 죄 값을 치르고,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조민혁(지성 분)과 강유정(황정음 붐)이 시간이 흐른 후 재회,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유정은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 산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아들 안도훈의 앞날을 걱정한 박계옥(양희경 분)이 유정이 감옥에 가있는 동안 문서를 위조해 다른 집으로 산이를 입양을 시킨 것. 유정의 아들 산이는 정환이라는 이름으로 입양돼 살고 있었다. 산이의 양모는 가슴으로 키운 산이를 사랑하고 있었고, 유정은 애통해 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접었다.
이 과정에서 돋보였던 것은 황정음이 선보인 혼신 다한 눈물 연기였다. 박계옥의 계략으로 아들 산이와 생이별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당신 자식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며 눈물을 흘리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채 “저 아줌마가 누구냐”라고 묻는 아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 하며 오열하는 강유정의 모습은 방송 내내 그의 뒤를 따랐던 안방 시청자들도 같이 울게 만들었다.
황정음은 약 두 달의 시간, 강유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듯한 모습으로 드라마의 흡입력을 높였다. 황정음의 연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진정성이었다. 그는 으레 다른 여배우들이 그러하듯 눈물을 흘리며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만한(?) 예쁜 표정을 짓기 보다 오히려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원초적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배역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유정 캐릭터는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악행 앞에서는 분노하며 욕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불행과 고통에 대해서는 함께 고통스러워한다. 옳은 일에는 절대 타협이 없고,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의 옆에 서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황정음은 이처럼 투명하고 올곧은 강유정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밝고 경쾌한 미소는 뒤로 넘기고, 큰 눈을 가득 채운 눈물,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모든 아픔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가슴아픈 미소를 지었다. 과연 차세대 눈물의 여왕 수식어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한편 '비밀'은 사랑하는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 드라마. 첫 방송에서 5%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힘입어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며 동시간대 1위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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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