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에 나와도 될 법한(?) 고단수 삼촌 팬들이 나타났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이 일반 남성들은 각각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들을 위해 지방 행사와 공연, 음악방송 본 녹화와 사전녹화까지 직접 챙기며 따라다니는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당사자인 걸그룹 멤버가 얼굴을 알아볼 정도니 말 다했다.
14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해투3')에는 그룹 미쓰에이 수지, 에이핑크 정은지, 걸스데이 민아가 출연해 자신들의 열성 팬인 삼촌 팬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각각 수지, 정은지, 민아의 팬인 일반인 노광균(34), 임현우(31세), 천윤수(29) 씨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들을 마주하자 부끄러움과 기쁨의 감정을 감추지 못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의외의 예능감으로 웃음을 준 사람은 수지의 팬 노광균 씨였다. 노광균 씨는 자기소개를 하자마자 “동갑이다”라고 반가워하는 MC 신봉선에게 연락처를 물으며 “팬은 팬이고 친구는 친구다”라고 관심을 표해 엉뚱한 매력을 발산했다.

또 그는 이벤트를 통해 수지에게 직접 받은 26 사이즈의 여성 바지를 입고 출연한 사실과 수지가 광고한 10대 화장품을 직접 써보기까지 했던 경험을 밝혀 골수팬임을 당당히 입증했다.
과거 배우 이본과 그룹 핑클의 팬이었던 노광균 씨가 수지의 팬이 되게 된 것은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서였다. 그는 ‘드림하이’에서 수지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후 한 행사장에서 수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된 사실을 말했고, 수지는 팬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드라마의 O.S.T를 열창했다. 노광균 씨는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노래를 들었고, 뒤에 있던 개그맨 허경환으로부터 “숨을 좀 쉬라”며 놀림을 들었다.
MC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삼촌 팬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이었다. 미쓰에이를 먹이기 위해 누나의 도움을 받아 김밥까지 싸서 전달한 사연을 전한 노광균 씨는 누나의 반응을 묻는 박명수의 질문에 “미친놈으로 본다. 그걸 꼭 방송에서 확인 하셔야하느냐?”라고 반문에 스튜디오를 폭소케 했다.
다른 삼촌 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임현우 씨는 헤어진 여자 친구가 처음에는 에이핑크의 팬이라는 사실에 신선해 했지만 이후에는 휴대폰에 있는 에이핑크 사진을 지워버리고 차에 있던 CD들도 다 부숴버리려 했던 사실을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럼에도 그는 해맑은 얼굴로 “헤어지고 나서 휴대폰 사진은 다시 다 받았다”라고 팬심을 거듭 인증해 웃음을 줬다.
천윤수 씨 역시 여자 친구와 교제를 하던 중 민아를 향한 뜨거운 팬심이 생겨 여자친구 생일보다 민아의 생일을 먼저 챙겼던 사실을 밝혔다. 이에 MC들은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영상편지를 제안했고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넌 내 옆에 없는데 민아 씨는 여기에 있다”라고 말해 원성을 들었다. 민망한 민아는 고개를 숙여 그의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사과의 인사를 했다.
삼촌 팬들이 현재 연애를 못하고 있는 건 꼭 걸그룹의 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매일 직장에서의 일과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의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등 모습이 여자친구를 사귀기에는 틈이 없이 바빠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모두 현재 여자친구가 없었다. 수지 팬 노광규 씨는 모태솔로였고, 임현우-천윤수 씨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겠지만, 이들은 당당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도 열심히 살고 ‘팬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주변인들이 느낄 안타까움을 차치하면 어쨌든 이 삼촌 팬들의 순수한 열정은 남자 아이돌 그룹을 따르는 소녀 팬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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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투3'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