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먼저 추시는데 제가 어떻게 안 추겠어요?”
류한수(26, 삼성생명)가 드디어 소원풀이를 했다. 류한수는 지난 9월 헝가리에서 열린 2013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1999년 김인섭 삼성생명 코치가 금메달을 따낸 후 14년 만의 쾌거였다. 마침 레슬링의 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이 확정된 터라 한국 레슬링은 겹경사를 맞았다.
금메달을 딴 후 류한수는 매트 위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선보여서 국민적 화제를 모았다. 활달한 성격의 류한수는 “마침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헝가리에서도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니까 다 따라 부르고 춤을 추더라고요. 감독님이 단상아 올라오시면서 먼저 춤을 추시더라고요. 저도 안 출 수가 없었죠”라면서 웃었다.

이번 금메달은 류한수의 인생에서도 큰 반전기회였다. 원래 60kg급이었던 류한수는 지난 2011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66kg으로 체급을 올렸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최강자 후배 김현우가 버티고 있었다. 대표선발전에서 류한수는 김현우에게 패하고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류한수는 “그 때 방황을 많이 했죠.(웃음) 현우랑 붙는데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더라고요. 술도 많이 먹었죠. 하하”라면서 심경을 밝혔다.
김현우가 74kg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류한수는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10월 전국체전서도 류한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대선배 정지현(30, 삼성생명)을 물리쳤다. 명실상부한 국내최강자로 자리매김한 것.
류한수는 “세계선수권에서 안한봉 감독님이 상대선수 손목을 잡고 물귀신 작전을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시엔 뜻을 몰랐는데 제가 지구력이 좋으니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는 의미였어요. 이기고 나니까 뜻을 알겠더라고요”라면서 기뻐했다.
지난 10월 29일 상무에서 전역한 류한수는 이제 선수로서 꽃을 피울 조짐이다.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물론 가시권이다. 그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일단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태극마크를 달도록 선발전을 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분석을 안 하고 몸으로 먼저 부딪치는 스타일입니다. 부상 없이 잘하고 싶어요”라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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