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 kt 야전사령관 꿈꾸는 작은 거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1.15 13: 16

“9㎏이나 빠졌어요”(웃음)
너무 소리를 질러 쉰 목소리였다. 여기에 강훈련에 살이 빠졌다며 배시시 웃는다. 키는 작다. 그래서 그럴까. 프로야구 선수라고 보기보다는 우리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다부진 인상 정도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포지션이 포수라는 말을 들으면 더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작은 체구’를 가진 한 선수에게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미래가 걸려 있다. 고교 포수 최대어로 손꼽히며 당당히 kt 유니폼을 입은 안중열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고와 청소년대표팀의 안방을 지켰던 ‘차세대 야전사령관’ 안중열은 kt의 부름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2차 지명 당시 kt의 특별지명권 5장 중 하나가 안중열의 몫이었다. 고교 포수 중에서는 단연 높은 순위였다. 스스로는 “3라운드 정도에서나 지명 받을 줄 알았다. 빠르면 2라운드일 줄 알았다. 더 좋은 포수들이 많아 특별지명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찌감치 될성 부른 떡잎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안중열은 빠른 움직임과 강한 어깨, 그리고 투수를 이끌어가는 능력과 전체 내야진을 리드하는 리더십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kt도 동아대 안승한과 함께 안중열을 특별지명함으로써 차세대 포수 라인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런 안중열은 현재 kt의 남해캠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몸은 성한 곳이 없다. 40일 사이 체중도 87㎏에서 78㎏로 9㎏이나 빠졌다.
하지만 투지는 체격과는 별개다. 안중열은 TV에서나 보던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있다. 기초를 다지는 와중에서도 틈틈이 동료들에 대한 공부를 잊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안중열은 새로운 동료 투수들에 대한 파악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공을 받아보면서 이 투수들은 어떤 점이 좋은지 매일 생각한다. 그 전의 피칭과 비교하면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꼼꼼한 성격에서 포수로서의 대성 가능성이 느껴진다. 포수의 기본 자세이기도 하다.
천성도 포수다. 보통 아마추어의 유망주들은 포수를 택하지 않는다. 빛이 덜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중열은 “포수가 적성에 맞는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투수를 했다면 안 됐을 것”이라고 싱긋 웃는다. 튀기보다는 조용히 팀에 공헌하기를 좋아하는 성격도 포수의 덕목과 맞닿아있다. 안중열은 “아무도 모르게 팀에 공헌하는 숨은 공신이 되고 싶다. 박경완 선배님, 진갑용 선배님처럼 오래 뛰면서 팀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다졌다.
그런 안중열에게 단 하나의 스트레스가 있으니 강훈련도 아닌 바로 자신의 체격 조건이다. 스스로 말하는 자신의 키는 175㎝다. 전체적으로 단단한 인상을 주지만 키가 작다보니 아무래도 흔히 떠올리는 포수의 넉넉한 이미지는 아니다. 안중열은 체격에 대해 묻자 “스트레스가 많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중열은 “체격이 작아 힘이 달린다. 프로에서는 더 그렇다. ‘180㎝만 되도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했다.
하지만 키를 강제로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안중열은 그런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안중열을 키워 온 힘이기도 하다. 안중열은 “힘으로 승부하는 포수도 있고 민첩성으로 승부하는 포수도 있다”라면서 “빠른 것으로 승부하겠다. 송구의 정확성이나 블로킹은 오히려 덩치가 더 작은 것이 유리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작은 포수도 충분히 큰 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최재훈(두산)이 멋지게 증명했다. 또 하나의 작은 거인이 새로운 꿈을 남해에서 키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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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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