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김민구 NBA 진출 가능성, 과연 얼마나 될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1.15 16: 58

KCC의 대형신인 김민구(22)는 과연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통할만한 실력자일까.
김민구의 NBA행 가능성이 화제다. KCC의 외국코치 척 퍼슨은 지난 14일 SK전을 앞두고 국내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김민구는 NBA진출이 가능한 재능 있는 선수”라며 “내년 1월 NBA 스카우트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코치의 형식적인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발언의 주인공이 NBA 신인왕 출신에 레이커스 코치를 역임한 ‘The Rifleman’ 척 퍼슨이라면 무게감이 다르다.
김민구가 한국선수 중 재능이 남다른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NBA에 진출할 수 있는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실적으로 김민구가 넘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 너무나 명백한 신체조건의 차이
“당신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NBA에서 통할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NBA가 먼저 당신을 찾아낼 것이다” - 데이비드 스턴
내년 2월 30년간 역임했던 NBA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데이비드 스턴이 했던 유명한 발언이다. 스턴은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NBA의 세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20년 전만 해도 NBA에서 뛰는 외국선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현재 NBA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수 백 명의 외국선수들이 뛰고 있다. 그 중 한국 선수가 있지 말란 법이 없다. 퍼슨 코치의 말대로 김민구가 NBA급 기량을 갖고 있다면 미국에서 알아서 스카우트가 파견돼 기량을 점검할 것이다.
현재 김민구의 가장 큰 약점은 NBA에서 경쟁할 신체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190cm/78kg의 몸은 한국에서 ‘장신가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김민구의 기술과 슈팅능력은 수준급이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라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김민구의 신장은 경쟁력이 없다. 특히 78kg의 빈약한 체격은 큰 약점이다.
현재 NBA에 190cm가 되지 않는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78kg의 몸으로 농구하는 선수는 없다. NBA 최단신선수 네이트 로빈슨은 175cm에 불과하다. 실제로 본 그는 신발을 벗으면 170cm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82kg의 탄탄한 근육질 몸으로 수직점프가 109cm가 넘는다. 그는 덩크왕을 3회나 차지할 정도로 탄력덩어리다. 로빈슨은 벤치프레스 143kg을 들어 올리는 괴물이다. 이 정도 몸이 되니까 그 작은 키로 NBA에서 8년이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단신선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농구는 신체접촉을 즐겨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를 상대하기 버거운 것이 농구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리나라 가드진은 필리핀의 개인기에 당했고 중동의 높이와 파워에 밀렸다. 하물며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김민구가 뛰어야 할 가드포지션은 미국에서 가장 선수층이 두텁고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대학농구에서도 웬만큼 잘해서는 NBA에 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선수들이 바로 KBL로 오는 외국선수들이다. NBA행을 논하려면 적어도 KBL 외국선수 정도는 데리고 놀 수 있어야 한다.  
 
▲ 제레미 린이 과연 농구만 잘해서 NBA에 갔을까.
김민구의 비교대상으로 제레미 린(25, 휴스턴 로키츠)이 거론된다. 린은 순수 동양인 배경으로는 최초로 가드포지션에서 NBA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린새니티’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친정팀 뉴욕 원정경기에서 21점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14일 필라델피아전에서는 시즌최다 12어시스트를 달성했다. 뉴욕시절에 비하면 파괴력이 떨어졌지만 평균 18.4점, 4.7어시스트는 NBA에서도 수준급 성적이 분명하다.
김민구와 린의 공통점은 동양계 가드이고 키가 비슷하다는 것뿐이다. 제레미 린은 NBA입성하기 전부터 오프시즌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서 몸을 만들었다. 린의 연습과정은 유투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NBA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본인의 부족한 단점을 메워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의미 없이 산을 뛰는 식의 마구잡이 트레이닝은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만계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를 가진 린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다. 가끔 중국음식을 즐겨 먹지만 문화의 본바탕은 미국인이다. 미국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특히 의사소통이 중요한 가드는 동료들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뉴욕에서 린의 패스가 타이슨 챈들러의 앨리웁 덩크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둘이 동료 이상의 교감을 나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인 김민구에게 이런 문화적 배경은 거대한 장벽이다. 농구만 잘해서는 NBA진출까지는 가능하겠지만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기자가 지난 시즌 로드 벤슨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벤슨은 한국에서 NBA선수가 나올 수 없는 이유로 채식위주 식단과 선후배 문화를 꼽았다. 한식은 몸을 불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한 차범근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보약처럼 먹었다는 전설은 동양인으로서 빅리그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넘어진 상대선수를 ‘선후배’라며 일으켜 세워주는 너무나 친절한 한국의 농구문화도 엄청난 경쟁심이 필요한 NBA에 어울리지 않는다. 김민구가 진정 NBA도전을 원한다면 모두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도전하라!
기자는 지난 13일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2013 챔피언스 클래식’을 취재했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주최로 미국최고의 대학농구 4팀, 캔자스, 듀크, 켄터키, 미시건주립대가 서로 맞붙는 대회였다. 특히 내년 NBA 드래프트에서 상위픽을 차지할 슈퍼신입생 3인방 앤드류 위긴스(18, 캔자스, 203cm, 91kg), 자바리 파커(18, 듀크, 203cm), 줄리어스 랜들(19, 켄터키, 206cm)이 서로 맞붙어 전미에서 폭발적 관심을 모았다.
자바리 파커는 캔자스를 상대로 27점, 9리바운드, 3점슛 4개를 퍼부었다. 203cm의 거구가 드리블과 3점슛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현재 그랜트 힐 이후 듀크의 최고신입생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앤드류 위긴스는 후반전 막판 바스켓 카운트 덩크슛으로 파커를 5반칙 퇴장으로 내몰았다. 엄청난 점프를 자랑하는 위긴스는 22점, 8리바운드를 올렸다. 하지만 91kg의 빈약한 체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위긴스가 ‘넥스트 르브론’이란 찬사는 거품일지 몰라도 적어도 트레이시 맥그레디나 폴 조지같은 선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줄리어스 랜들은 미시건주립대를 상대로 27점, 13리바운드를 퍼부었다.
세 선수를 잡기 위해 현재 일부 NBA팀들은 일부러 올 시즌을 망치는 고의패배를 한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세 선수가 보여준 기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 선수는 내년에 NBA에 입성해 슈퍼스타로 클 가능성이 매우 높다. NBA가 전미최고의 대학팀에서 최고실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놓칠 이유가 없다. 만약 김민구가 미국에 간다면 이런 괴물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김민구는 물론 한국농구 자체가 철저한 무명이다. 김민구는 보통 NBA에 입성하는 선수들보다 나이도 훨씬 많다. 한국에 프로리그가 있는지 또 수준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미국관계자가 더 많다. 김민구는 설령 KBL에서 평균 30점을 넣는다 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KBL에서 NBA에 직행한 사례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김민구가 지레 겁을 먹고 도전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꿈은 높게 가질수록 좋다. 김민구는 NBA라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 본인의 발전에 이득이다. 요즘 KBL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순간 안주하는 게으른 선수들이 많다. ‘농구판의 류현진’을 꿈꾸는 김민구는 그들에게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통 크게 언제든지 김민구를 보내주겠다는 허재 감독의 판단도 본인이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가능한 결정이다. 
한국출신 NBA선수는 하승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가 끊겼다. 포기하는 순간 가능성은 0%다. 하지만 도전을 계속하면 0.001%라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게 되어 있다. 김민구가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인다면 그 자체로 한국농구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셈이다.
jasonseo34@osen.co.kr
캔자스대학의 페리 엘리스(좌)와 앤드류 위긴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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