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투수 FA 대박이다.
삼성 '좌완 에이스' 장원삼(30)이 역대 투수 FA 최고액 대박을 터뜨렸다. 장원삼은 지난 15일 원소속팀 삼성과 4년 총액 6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30억원, 연봉 7억5000만원으로 옵션 없이 순수 보장액만 무려 60억원이다. 롯데 포수 강민호가 4년 총액 75억원을 받은 데 이어 역대 2위 기록.
주목해야 할 것은 장원삼이 투수라는 점이다. 그동안 투수 FA는 시장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 FA 자격은 대졸 선수 8시즌, 고졸 선수 9시즌을 소화해야 얻을 수 있다. 투수의 전성기는 대개 이 시기에 집중된다. 어깨와 팔꿈치는 쓰면 쓸수록 닳게 되어 있고, 투구 스타일의 변화 없이 롱런하기가 어렵다.

종전 투수 FA 최고액은 지난 2006년 시즌 후 두산에서 LG로 옮긴 박명환의 4년 총액 40억원. 지난해까지 역대 40억원 이상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는 심정수·이택근·김주찬·장성호·정수근등 야수들에게 집중됐다. 박명환을 비롯해 이강철·진필중·이상목·손민한·정대현·이승호 등 FA 투수들은 대부분이 실패했다.
류현진이나 윤석민 그리고 오승환처럼 초특급 투수들은 하나같이 해외 진출을 택했다. 국내 FA 투수가 대박을 터뜨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장원삼은 종전 40억원에서 무려 20억원 오른 60억원에 계약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처럼 장원삼의 총액 60억원 FA 대박은 크게 3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이 화려하다는 점이다. 장원삼은 통산 8시즌 중 5시즌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통산 88승은 현역 좌완 투수 중 최다승. 8시즌 중 2시즌을 제외한 6시즌 동안 규정이닝을 채우며 꾸준함을 자랑했다. 여기에 내년이면 만 31세로 나이가 아직 한창 때라는 점, 좌완 선발이라는 희소가치도 인정받았다.
장원삼은 볼 스피드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로 상대를 잡는 스타일이다. 데뷔 후 이렇다 할 큰 부상없이 꾸준하게 활약한 내구성은 장원삼의 결정적인 FA 대박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걸며 일찌감치 병역 혜택을 받은 점도 장원삼의 빼놓을 수 없는 대박 원천이다.
올해 강민호의 75억원 대박은 내년 최정, 내후년 김현수와 강정호 등이 기록을 경신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적어도 투수 포지션에서 장원삼의 60억원을 넘어설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FA 투수로는 윤성환·장원준·안지만, 내후년 FA 투수로는 김광현·양현종·손승락이 있지만 장원삼을 넘어설지는 미지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일찌감치 병역 혜택을 받은 김광현과 양현종은 20대 좌완 FA 투수가 되지만 그들은 장원삼 만큼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위에 의존하는 투구 스타일에 잦은 부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다. 향후 2년간 김광현과 양현종이 얼마나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장원삼 기록 경신 여부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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