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27, 울산)에게 스위스전은 대표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를 배운 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스위스와 평가전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첫 2연승을 달리며 3승 3무 3패를 기록하게 됐고, 스위스는 A매치 무패 행진이 14경기(10승 4무)서 중단됐다. 한국은 오는 16일 아랍에미리트로 떠나 19일 러시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전반 6분 만에 스위스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한국은 후반 13분 홍정호의 동점골과 후반 40분 터진 이청용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기분 좋은 A매치 승리를 거뒀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이자, 7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좌절시킨 스위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승리였다.

이날 경기 결과가 승리가 아니었다면 가장 곤란했을 사람은 아마도 이용일 것이다. 이용은 홍명보호 승선 이후 꾸준히 발탁되며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같은 포지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부상을 당하면서 올해 마지막이 될 스위스-러시아 평가전 2연전 선발 출전도 사실상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이용은 전반 6분 만에 큰 실수를 했다. 전반 6분 터진 파이팀 카사미(풀럼)의 선제골이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장현수에게 이어주려던 패스가 카사미에게 걸리면서 돌파에 이어 순식간에 슈팅까지 내줬다. 그 결과는 선제골 허용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이용의 실수가 시발점이 된 실점이었다.
선제골을 내준 충격에 이용은 크게 흔들렸다. 경기 내내 위축된 모습을 보인 이용은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소심한 플레이에 장기인 크로스마저 골대를 넘어가는 등 지금까지 리그와 A매치에서 보여준 활약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후반 13분 홍정호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부터는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갔지만, 설령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강화'가 필요하다.
이용은 울산 소속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무대에서 북중미의 강호 몬테레이에 굴하지 않는 담대한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다. A매치가 주는 부담감과 중압감은 분명 다르겠지만,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기에 이날의 실수와 그에 이은 부진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단 하나의 실수도 없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실수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더라도 얼마나 빨리 떨치고 일어나 만회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용이 이번 스위스전을 통해 배워야할 마음가짐이자, 브라질로 가는 마지막 배에 승선하기 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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