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25, 울산 현대)이 스위스전을 통해 '거인(巨人)'이라는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했다.
김신욱의 이미지는 한 마디로 거인이다. 196cm의 신장은 외국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장신이다. 그만큼 김신욱의 높이는 축구를 하는데 있어 최대의 장점이다. 이 때문에 김신욱은 거인이 됐다. 그러나 거인의 이미지는 김신욱이 가진 장점을 모두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김신욱은 거인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경기를 펼쳤다. 자신이 가진 높이는 최대한 살리면서도 유기적임을 강조하는 홍명보호의 플레이와 한 몸이 됐다. 헤딩보다는 발로 하는 플레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결국 김신욱의 활약은 한국이 스위스를 2-1로 물리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신욱은 머리만 잘 쓰는 선수가 아니었다. 당연히 머리는 잘 쓰고, 나머지도 잘 하는 선수였다. 김신욱은 전반 14분 아쉽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프리킥 기회를 헤딩골로 연결하며 강력한 제공권 장악 능력을 선보였다. 또한 2선의 이청용과 손흥민, 이근호, 김보경 등과 연계 플레이로 스위스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신욱은 자신을 전담 마크하는 스위스의 중앙 수비진을 유인해 박스 밖으로 나와 동료의 공간 침투를 돕기도 했다. 후반 13분에는 박스 왼쪽 모서리로 빠져나와 공을 문전으로 올려 이근호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했다. 아쉽게도 스위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김신욱과 이근호의 호흡이 빛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득점과 도움은 없었다. 김신욱에게 남은 기록은 A매치 한 경기의 추가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홍명보호 출범 이후 '없다'는 소리만 나오던 원톱 스트라이커에 '가장 걸맞는 선수'라는 평가는 남았다.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은 헤딩뿐만 아니라 테크닉도 우수한 선수다. 헤딩보다 조금 더 발에 집중하는 것을 준비해 왔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주 훌륭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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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